3월 합의 후 제자리 걸음LH 대체토지 선정 난항… 감정평가 착수도 못해계약 종결 없이 '이건희 미술관' 등 거론
  • ▲ 송현동 부지 ⓒ 서울시
    ▲ 송현동 부지 ⓒ 서울시
    "땅은 팔았지만 얼마를, 언제 받을지 땅주인도 모른다."

    대한항공이 갖고 있던 송현동 부지 얘기다.

    공원화 논란속에 마찰을 빚던 대한항공과 서울시, 그리고 LH는 지난 3월 권익위원회의 중재로 부지 매각에 합의했다.

    계약 확정은 아니지만 8월 말까지 매매계약과 부지교환을 완료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나도록 뚜렷한 진척이 없다.

    당시 서울시와 대한항공은 4개의 감정평가사를 통해 적정 매각대금을 산정하기로 했지만 아직 의뢰 조차 못했다.

    거래가 늦어지는 이유는 LH에 지급할 대체토지 선정 때문이다. 

    권익위 중재안은 LH가 대한항공으로부터 송현동 부지를 매수해 땅값을 지불하고, LH는 다시 서울시가 보유한 시유지 중 한 곳을 대신 가져가는 것이었다.

    5000억대의 매각대금 마련을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문제가 다시 꼬인 것은 LH가 투기사태 논란에 휩싸이면서 부터.

    계약의 당사자격인 LH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지면서 서울시와의 대토협상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LH는 주택건립 가능 토지를 우선순위로 두고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등을 유력 후보지로 점찍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임대주택에 대한 인근 주민과 지역 시의원 등 정치권의 반발이 겹쳤다.

    그런 사이 3~4개월 시간만 흘렀고 땅주인인 대한항공은 매각대금도 받지못한 채 곳곳의 눈치만 보는 딱한 신세가 됐다.

    그나마 중간에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서울시가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는게 다행인 셈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까지 감정평가 작업을 마치지 못했다”면서 “서울시와 조만간 관련 작업을 완료하자고 뜻을 모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각각 2곳의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한 뒤  4개의 평균값을 매각가로 정할 예정이다.

    최근 송현동 부지는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증품을 전시할 ‘이건희 미술관’ 예정부지로 거론되고 있다. 

    채 매매계약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먼저 김칫국을 마시는 모양새다.

    부지매각 대금으로 긴급 경영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던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LH와 서울시가 권익위 중재안 대로 하루빨리 대체토지를 마련하고 서둘러 땅값 보상에 나설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