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에 비해 부족한 법제화 현황제도적·윤리적 대응 방안 마련 시급메타버스 내 재화의 환금성 이슈도 해결해야
  • 네이버 제페토
    ▲ 네이버 제페토
    메타버스가 미래 성장 산업으로 급부상하면서 정부와 기관, 기업들이 적극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만, 해당 산업에 대한 법제화가 미흡하면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서비스의 궁극적인 형태를 지닌 메타버스는 전 세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의 경우 정부에서 메타버스를 디지털뉴딜2.0의 핵심 과제로 분류했으며 네이버(제페토), SK텔레콤(이프랜드), LG CNS(LG CNS 타운) 등 대형 ICT 기업들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넥슨, 펄어비스, 위메이드 등의 게임사들도 메타버스 진출을 선언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기관·지자체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경기도는 메타버스 기업과 수요 고객 및 유통사와 연결을 지원하고 있으며 전라남도는 지역 관광형 메타버스 콘텐츠 구축을 위한 중장기 추진전략을 수립한다. 부산광역시 교육청은 유니티 코리아와 함께 메타버스 기반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처럼 메타버스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이용자 보호 사각지대 놓인 메타버스... 청소년 성범죄도 우려

    가장 큰 문제가 예상되는 부분은 이용자 보호 이슈다. 메타버스의 특성상 자신의 아바타를 통한 다른 유저와 상호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모욕이나 폭언, 욕설 등에 대한 별도의 보호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불어 메타버스 내 아바타가 움직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법제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사람 아바타의 사적인 공간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침입해 프라이버시 문제를 유발하거나 가상공간의 사물(건물, 조형물, 차량)을 훼손하는 행위 등에 대한 제도적·윤리적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

    국회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의 주요 이용자인 10대에 대한 아동 성범죄(아바타 스토킹, 아바타 몰카, 아바타 성희롱 등)의 우려가 크다”며 “이러한 문제들이 기존 블로그·SNS 환경과 메타버스에서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고 차이에 맞는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이용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메타버스 내에서 이뤄지는 광고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타버스의 주요 이용자인 MZ세대의 경우 기성세대에 비해 상품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사실과 광고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 로블록스
    ▲ 로블록스
    ◆ 로블록스에서 비롯된 메타버스 내 환금성 이슈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하면서 국내 진출을 공식화한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비롯된 메타버스 내 재화의 환금성 이슈도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다.

    로블록스의 경우 이용자가 현금 구매 또는 창작활동으로 벌어들인 ‘로벅스’란 가상화폐가 유통되는데 해외에서는 이를 외부 계좌 연동을 통해 달러로 바꿀 수가 있다. 만약 국내에서 로블록스를 게임으로 판단한다면 이 같은 외부 반출이 불가능하다. 아이템매니아 등의 외부 거래소를 통해 인게임 재화를 현금화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공식적으로 게임사에서 해당 기능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일각에서는 로벅스를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로블록스 흥행의 원동력 중 하나임을 감안했을 때 이를 배제할 경우 반쪽짜리 서비스에 불과할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문제는 메타버스가 게임물로 판단돼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로블록스가 게임물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받은 ‘메타버스 관련 법률 규정 검토’ 관련 입법조사회답서를 보면 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를 통해 게임이 제공된다 해도 메타버스 자체가 게임은 아니므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직접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ICT 기업들 역시 해당 이슈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네이버는 하반기 제페토에서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며 게임사들 역시 메타버스 플랫폼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사업을 준비 중인 기업들의 계획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빠르게 관련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정준화 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 입법조사관은 “메타버스 자체의 진흥 여부가 아니라 메타버스의 여러 가능성들이 안전하게 시도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측 가능한 안전장치 안에서 신산업・신서비스가 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촘촘한 사전규제부터 만들어서 신산업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했던 과거의 정책적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