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충격에 유가 90달러 돌파 … “150달러 갈 수도” 경고유가 150달러 현실화 땐 환율 1550원, 외환시장 긴장 고조원화 약세·에너지 가격 폭등 … 한국경제 ‘이중 충격’ 우려전쟁 장기화 땐 달러 강세 확대, 외환·물가 동반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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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50달러, 환율 1550원.'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금융시장에서 거론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미 국제유가는 90달러를 돌파했고 원화 약세 압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또 한 번 외환·물가 충격을 버텨낼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 가격은 배럴당 90.9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2.21% 상승하며 마감했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역시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92.69달러로 8.5% 상승했다. 특히 WTI는 주간 기준 35.6% 급등해 1983년 선물 거래 집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유가 급등의 핵심 배경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통로가 사실상 막히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산유국 생산 차질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쿠웨이트는 저장시설 부족 문제로 일부 유전의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저장시설이 빠르게 차고 있어 수 주 내 생산 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라크도 일부 유전에서 감산에 나서며 공급 불안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에너지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 시나리오가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사드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몇 주 안에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 정도 수준의 유가는 세계 경제 성장률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글로벌 투자은행들도 공급 충격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JP모건의 나타샤 카네바 글로벌 상품연구 책임자는 "시장은 단순한 지정학 리스크가 아니라 실제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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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유가 상승이 한국 외환시장에도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대표적인 에너지 수입국으로 유가 상승 시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부담이 동시에 확대된다. 외환시장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약 15원 정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현재 유가 수준인 90달러에서 150달러까지 상승할 경우 약 60달러 상승이 발생하게 된다. 단순 계산으로 환율이 약 90원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환율이 146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유가 충격이 현실화될 경우 환율이 1550원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도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중동 긴장이 확대되면서 투자자금이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할 때 원화가 대표적인 위험통화로 분류되는 점도 원화 약세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가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생산 비용과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는 반면 경기 회복 속도는 둔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입물가지수는 최근 143을 넘어서며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1.1%포인트 상승하고 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상품수지와 경상수지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에너지 수급 불안이 확대되고 해상 운임도 기존 대비 50~8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수입 비용 증가와 물류 차질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무역수지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가는 순간 외환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며 "분쟁이 장기화해 유가가 120~15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 환율이 1550원 안팎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현실적인 위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