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대 은행 신탁형 ETF 판매 16조8450억원 … 전년 동기 대비 10배신탁 보수로 높은 수수료 요구 … 수수료 경쟁하는 증권사와는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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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증시가 역대급 성장세를 보이면서 증권사에 이어 은행의 ETF(상장지수펀드) 판매도 기록적인 활황을 보이고 있다. 2~3%대의 낮은 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자금이 대거 이동한 결과지만, 이면에는 증권사 대비 턱없이 부족한 서비스 질에도 불구하고 '접근성' 하나만으로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다는 비판이 나온다.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3일까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 신탁 형태로 팔린 ETF는 16조8450억원에 달했다. 월별로는 1월 7조3351억원, 2월 8조2819억원으로 두 달 연속 최대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2월) 판매액이 1조5000억원에 채 미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0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현행 자본시장법상 주식 매매 중개 자격이 없는 은행은 고객에게 직접 주식이나 ETF를 판매할 수 없다. 대신 자산운용사들이 거래소에 상장해 둔 ETF를 가져와 '특정금전신탁'이라는 별도의 바구니에 담아 우회 판매한다.문제는 수수료다. 은행은 이 '신탁(구매 대행)'이라는 테두리를 제공한 명목으로 가입액의 약 1%를 신탁보수(수수료)로 떼어간다. 선취보수형(신탁계약 시점에 신탁재산에서 차감하는 보수)으로 살펴보면 평균 최소 0.30%에서 최대 1.5%까지 상이했다. 게다가 상품별로 수수료율이 다르고 가입 기간, 선취와 후취 등으로 수수료 체계를 복잡하게 쪼개놓아 금융 지식이 부족한 고객은 비용을 체감하기 어렵다. 올해 두 달간 팔린 16조8450억원만 고려해도 은행들은 사실상 단순 중개만으로 약 160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거둔 셈이다.이는 0.1% 안팎의 거래 수수료를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는 증권업계와 크게 대비된다. 주요 증권사들은 ETF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 현금 쿠폰 제공 등 출혈 경쟁까지 불사하며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은행은 모바일 주식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보수적인 기존 예금 고객의 '자금 이동'을 방어하며 손쉽게 수수료 장사를 이어가는 실정이다.큰 수익을 거두고 있음에도 은행의 ETF 거래 시스템은 여전히 낡은 관행에 머물러 있다. 증권사 앱(MTS)을 이용하면 투자자들은 실시간 호가 창을 보며 즉각적인 매수·매도가 가능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종목 분석 등 풍성한 혁신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하지만 은행 창구나 뱅킹 앱에서 가입한 신탁형 ETF는 구조적 한계상 '실시간 매매'가 불가능하다. 고객이 운용 지시를 내려도 은행이 이를 모아 증권사를 통해 일괄 주문을 넣기 때문에, 장이 모두 끝난 뒤에야 자신의 평균 매입 단가를 알 수 있는 이른바 '깜깜이 지연 거래'를 감수해야만 한다. 서비스 질은 증권사에 한참 못 미치면서 통행료만 비싸게 물리는 셈이다.일각에서는 증시 패러다임이 변한 만큼 은행권도 손쉬운 수수료 장사에서 벗어나 투자자 보호와 시스템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은행들도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면 그에 걸맞은 거래 시스템 고도화와 정교한 고객 수익률 관리 서비스가 뒤따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