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최근 4주 평균 82.3달러… 2014년 10월 이후 최고OPEC+, 증산 규모 유지한다지만… 연말까지 고공행진 전망"유류세 인하 효과는 커녕 수요 부진 우려"… 석화도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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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주간 국제유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산유국들이 기존 증산 규모를 유지하기로 합의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고공행진이 지속할 전망이다.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국내 정유 석유화학업계에서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가 등락에 따른 단기 희비는 엇갈릴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경기가 침체할 경우 수요 부진으로 이어져 모처럼 맞은 호기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8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최근 4주간(10월11일~11월5일) 평균 가격은 82.35달러다.
직전 4주간(9월13일~10월8일) 74.32달러에 비해 10.7% 상승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2020년 10월12일~11월6일) 39.11달러에 비해서는 110% 뛰었다.특히 2014년 10월7일부터 11월3일까지 4주간 평균 82.83달러를 기록한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시현했다.연초만 하더라도 50달러를 채 넘기지 못했던 유가는 9월 이후 에너지 시장의 공급 대란과 원유 공급 부족 우려, 주요국의 재고 하락 등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달 배럴당 81.22달러를 기록하면서 월간 기준으로도 2014년 10월 84.34달러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다.최근 유가 강세의 가장 큰 요인은 공급 부족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석유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자 대규모 감산을 단행했다. 이후 올해 8월부터 하루 40만배럴의 감산을 유지하고 있다.OPEC+는 매달 정례회의를 통해 생산량을 조정하는데, 시장 요구와는 반대로 경기 회복 불확실성을 이유로 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실제 4일(현지시각) OPEC+는 12월 생산량을 하루 40만배럴씩 증가하는 기존 감산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음 회의는 12월2일 열릴 예정이다. 여기서 증산 규모를 대폭 늘리면 겨울철 유가가 안정될 수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미국을 비롯한 소비국들은 그동안 산유국들에 기존 증산 규모가 코로나19 회복기 수요에 못 미친다며 추가 증산을 촉구해 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글라스코 기후 정상회담에서 OPEC+ 산유국의 추가 증산 거부로 인한 석유·가스 가격 상승에 대해 비난하기도 했다.원유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고유가는 장기화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원유 시장의 공급 압박이 지속될 경우 상당 기간 높은 유가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경우 원유 가격이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는데, 최근에는 내년 6월 배럴당 120달러로 현재 수준보다 45% 상승할 수 있다고도 예측했다.골드만삭스는 원유 공급 부족 사태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가격 강세 전망을 유지했으며 점차 구조적인 공급 부족으로 유가가 더 오래 더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석유 시장 보고서에서 "앞으로 몇달간 추가 석유 수요가 하루 최대 50만배럴에 달할 것"이라며 "최소 올해 말까지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이에 유가 영향을 직접 받는 정유·석유화학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정유업계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들인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올라가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석유 수요 회복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너무 고유가가 형성되면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특히 최근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로 소비 진작을 기대했던 만큼 유가 상승에 따른 효과 상쇄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개 유가는 국내 가격보다 2주~1개월 선행하는데, 유가가 오르는 만큼 국내 석유제품의 원가가 높아져 유류세 인하 효과가 상쇄되는 것이다.앞서 정부는 '제47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12일부터 유류세를 20% 인하하기로 했다. 역대 최대 폭이다. 기간은 내년 4월까지 6개월가량이다.이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웃돌고 국내 기름값도 휘발유 기준 ℓ당 1700원을 넘어서면서 물가 안정 문제가 최우선 민생 정책 과제로 떠오른 데 따른 조치다.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1월1주 국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1787.9원으로, 전주 1762.7원보다 1.42% 오르면서 9월3주 1641.8원 이후 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또 다른 관계자는 "유가가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연말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12일 유류세를 인하하더라도 유가 상승에 따라 휘발유 가격이 또 오른다면 가격 인하 폭은 작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석유화학업계는 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경우 시차를 두고 최종 제품가격에 반영돼 부담은 가중되지 않을 전망이다.또한 원료 다변화와 물량계약을 통해 단기적으로 급격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돼 나오며 석유화학 제조원가의 70%를 차지한다.다만 경기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만큼 수요가 불안정해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원료 가격도 상승해 이에 따라 원료-제품간 스프레드가 감소할 가능성은 있지만, 수요 증가로 제품가격도 상승추세에 있고 기업들 역시 원료 다변화와 물량계약을 통해 단기적으로 급격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다만 유가 상승이 계속되면 석유화학업계 실적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