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추가 매수 지속, 10억원 규모 지분 4%대 진입했지만 부친과 격차 커저가매수 확대·증여 가능성… 세대교체 예고
  • 일양약품 오너 3세인 정유석 부사장이 자사주 쇼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3월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의 코로나19 임상 3상 시험 실패로 주가가 급락하자 집중 매수에 나섰다. 올 들어 일양약품 지분율을 4%대까지 끌어올리면서 경영 승계 작업도 한층 탄력 받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부사장은 이달 7차례에 걸쳐 일양약품 보통주 4431주를 장내 매수했다. 주당 취득 단가는 2만8400~2만9950원으로 약 1억3000만원어치다. 이로써 정 부사장의 일양약품 지분율은 종전 4.06%(77만4446주)에서 4.08%(77만8877주)로 0.02%포인트 늘어났다. 

    정 부사장은 1976년생으로 창업주 고(故)정형식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일양약품 최대주주 정도언 회장(보통주 기준·21.84%)의 장남이다. 지난 2006년 일양약품에 마케팅 담당 과장으로 입사했으며 재경·해외사업 등의 업무를 맡았다. 2011년 5월에는 상무로 등기임원에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경영 참여를 알렸다. 2014년 전무 자리에 올랐으며 4년 만인 2018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사장의 지분 변화가 감지된 것은 작년 4월부터다. 약 9년 만에 일양약품 주식 7000주를 2억3700만원에 사들였다. 당시 지분율은 3.92%에 그친다. 사실상 후계구도를 공식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지분율이 낮다는 해석이 나왔다. 본격적인 세대 교체를 예고하면서 추가 매입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자체 개발한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에 일양약품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작년 3월 3만원대 안팎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7월 10만원대까지 뛰었다. 이후 연말까지 6만원대까지 떨어졌으나 가격 부담이 여전히 큰 상황이었다. 

    이후 슈펙트 러시아 임상 3상 시험에 실패하면서 주가는 큰 폭으로 추락했는데, 정 부사장이 재차 지분을 늘린 시점과 맞물린다. 일양약품이 임상 실패 사실을 공시한 것은 올해 3월 4일이다. 정 부사장은 일주일여 만인 12일 일양약품 주식 1주를 시작으로 999주, 1000주를 3차례에 걸쳐 사들였다. 주당 평균 취득단가는 3만3650원으로 총 6745만원어치다. 

    정 부사장의 지분 매입 행보는 이를 기점으로 속도를 냈다. 올해 들어 이달 15일까지 총 34차례에 걸쳐 일양약품 보통주 3만366주를 장내 매수했다. 총 매입 규모는 9억6289만원이다. 주당 평균 취득단가는 3만1380원으로 52주 최고가(종가 기준·8만2000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분율은 4%대 진입했지만 여전히 부친 정 회장과의 지분 격차가 큰 상황이다. 1948년생인 정 회장이 비교적 고령인 만큼 증여 시점이 임박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양약품 주가가 3만원대 안팎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장된 주식은 증여일 전후 각 2개월씩 총 4개월간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증여세의 과새액을 산정한다. 저점에서 지분 증여 시 세 부담을 덜 수 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정 부사장의 지분 매입 배경과 관련)개인적 사안이라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