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때 인적쇄신, 조직개편 약속젊고 글로벌한 경영자 전면에... 해외시장 공략 조직 운영·현안 대처 필요한 경험 부족은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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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가 40대 초반 리더를 전면에 등장시켰다. 경쟁사인 카카오도 조직개편을 약속한 만큼 리더십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네이버에 따르면 이사회에서 차기 CEO에 최수연을, CFO에 김남선을 내정했다. 글로벌 법조계와 금융권에서 이력을 쌓은 두 내정자는 각각 2019년 11월과 2020년 8월에 네이버에 합류했다.

    이로써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주축으로하는 CXO(CEO, CFO, CCO, COO) 4명 중 3명이 교체되는 셈이다.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다. 채선주 최고소통책임자(CCO)의 거취는 아직 미지수다.

    네이버의 조직 쇄신과 세대교체 배경은 6월 이 GIO가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5월 직원의 극단적 선택 이후 그는 “더 젊고 새로운 리더가 나타나 전면 쇄신하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쇄신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늦어도 연말까지 해내야 한다는 이사회의 제안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연말까지 네이버의 구조와 리더십을 바꿀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그 결과 17일 이사회에서 선출한 네이버의 차기 리더가 글로벌 사업 지원 책임자인 81년생 최수연 CEO 내정자다. 최 CEO 내정자의 발탁에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두터운 신임이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전략에 대한 이해를 갖춘 동시에 경직된 조직의 전면 쇄신을 이끄는데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네이버는 최 CEO 내정자와 김남선 CFO를 수장으로 발탁하며 글로벌 사업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두 내정자는 모두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M&A, 자본시장, 기업 지배구조 등 분야에서 변호사로 경력을 쌓았다. 네이버에서 글로벌 사업지원 분야, 투자 및 M&A를 총괄하며 글로벌 사업 전략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춘 점에서 적임자로 판단한 것이다.

    한편 카카오도 조직 개편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김 의장과 자회사 CEO들의 견해가 다른 것을 지적하며 조직 내 불협화음이 논란이 됐다. 김 의장은 골목상권 침해 등의 원인이 계열사 각각의 경쟁적 운영에 몰두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100인의 CEO’ 전략으로 자회사의 자율에 맡기는 분권화를 통해 카카오 공동체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에게 의사소통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부분에 대해 지적당하며 문제가 됐다. 김 의장이 카카오인베스트먼트 계열사에서 문구, 완구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이에 카카오는 10월 임원 직급을 도입해 기존 지배구조와 사업 운영 방식을 바꾸며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5월 컨퍼런스콜에서 “공동체 간 시너지를 강화하고 본사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공동체 사업의 운영 방식이나 지배 구조에 대해 여러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직 구조의 변화를 예고했다.

    2018년 취임해 한 차례 연임한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2022년 3월 임기를 마치면 경영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이르면 연말부터 대표직 후임 인선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후임 후보군으로는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정의정 최고기술책임자(CTO), 정주환 신사업 총괄 부사장, 홍은택 카카오커머스 대표 등이 거론된다. 50대인 홍은택 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40대다. 카카오는 2015년 8월 당시 35세였던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단독 대표로 선임했던 경험도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사업 역량을 갖춘 대표를 선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인해 엔터, 페이, 게임즈 등 주요 자회사가 해외 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의 세대교체와 조직 개편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산적한 현안과 해결 능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조직문화 마련과 더불어 외부적으로는 플랫폼 규제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CEO를 전면에 내세워 조직 개편과 글로벌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며 “임직원 4000명이 넘는 거대한 조직을 재정비 하고 플랫폼에 대한 규제 리스크도 해결해야 하는 등 난제가 많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