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빙산의 일각…마그네슘·알루미늄 곳곳이 지뢰중, 수출통제 규범 강조…미·중 갈등에 불똥 튈까 우려정부, 뒷북 논란에 부랴부랴 200개 '경제안보 핵심품목' 지정
  • '바오치'(保七·7%대 성장률) 고속 성장을 이어가던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일부 불안요인이 올해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가 겹친 초대형 경제 위기)을 가져오지는 않을 거라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이 세계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돌발변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로 경제안보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중국이 안고 있는 불안요인이 자국을 넘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註>
  • ▲ 요소수 부족.ⓒ연합뉴스
    ▲ 요소수 부족.ⓒ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기름을 부었다. 중국은 수많은 다국적 기업에 부품과 원료를 공급하며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촘촘히 얽혀 있다. 가령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만든 자동차 부품은 독일 슈투트가르트로 건너가 중간재가 되고 이는 다시 미국 미시간으로 넘어가 완성차의 일부가 된다. 일부 중국산 부품·소재는 대체도 어렵다. 중국 의존도가 높을수록 파장도 커진다.

    국내에선 지난해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가 부른 물류대란이 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요소수는 경유 차량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촉매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중국이 자국 석탄 사용을 위해 요소 수출을 중단하면서 요소수 품귀 사태로 이어졌다. 요소수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게 빌미를 제공했다. 코트라와 자동차·화학제조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매년 500만t쯤을 세계시장에 공급한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인도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중국산 요소수 수입국이었다. 중국산은 전체 수입량의 3분의 2쯤을 차지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설명으로는 요소수 원료인 산업용 요소는 무려 97.6%가 중국산이었다. 물류비용이나 생산, 납기 등 여러 측면에서 조건이 좋아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었다.

    요소수 사태는 정부의 '늑장 대응' 논란 속에 일단 한숨을 돌린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요수수 판매처·구매량 제한과 재판매 금지를 새해부터 해제한다고 밝혔다. 정부 설명으로는 최근 요소수는 하루평균 소비량 60만ℓ(평일 기준)의 2배 수준이 생산되고 있다. 수입 물량도 평일 50만ℓ 안팎으로 유지되는 중이다.
  • ▲ 한-중.ⓒ연합뉴스
    ▲ 한-중.ⓒ연합뉴스
    그러나 문제는 요소수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원자재 품귀현상은 언제든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연구원 황경인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공급망에 있어 일부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면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또다시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황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품목별로 상황도 달라 단기적인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다만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수입선 다변화, 핵심 부품소재의 국산화 노력 등을 통해 일부 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갈등이 기술패권 다툼으로 확전하는 양상이고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어서 당분간 현재의 공급망 분위기와 보호무역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도 중장기적으로 핵심 부품·소재 등에 연구·개발(R&D)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요소수에 이어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등이 '제2의 요소수'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마그네슘의 경우 중국이 전력난과 탄소배출 규제로 생산을 줄이면서 지난해 9월 가격이 한때 t당 7만 위안(약 1297만원)까지 치솟았다. 7월 중순 1만9000위안(약 352만원)보다 2개월 만에 3.7배나 뛴 것이다. 마그네슘은 가볍고 단단해 자동차·스마트폰·배터리 등의 소재로 쓰인다. 자동차 부품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 생산을 위한 필수 원료다. 우리나라의 경우 마그네슘(마그네슘잉곳)을 전량 중국에 의존한다. 알루미늄과 건설현장·생활용품 등에 두루 쓰이는 실리콘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무역협회 설명으로는 지난해 9월 현재 한국의 수입품목 1만2586개 중 31.3%에 해당하는 3941개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이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1850개로 미국(503개), 일본(438개)보다 최대 4배 이상 많았다. 우리 정부가 미래전략산업으로 추진하는 전기차만 해도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원료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광물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요소수 사태는 빙산의 일각으로, 수백가지 시한폭탄이 존재한다"며 "특히 중국은 (정부가 통제하는) 사회주의국가여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수출통제 규범을 강조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지난달 29일 수출통제에 대한 중국의 기본 입장을 담은 '수출통제' 백서를 발간했다. 중국은 백서에서 "총체적인 국가안보관을 견지하면서 수출통제 체계와 능력 건설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관리를 강화하며, 엄정한 법집행을 하고, 새로운 정세 하에서 직면한 위험과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앞으로 중국이 안보와 국익 등을 이유로 희토류 등 전략물자의 수출을 통제할 때를 대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2020년 수출통제법을 시행해 특정 물품·기술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미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만들 때 쓰이는 희귀금속인 희토류 등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엄포'로 해석됐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제3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고 200개 '경제안보 핵심품목'과 마그네슘금속 등 20개 '우선관리품목'을 확정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내놓은 신년사에서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와 첨단산업 육성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 나아가 경제안보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