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KIST, 영업시간 제한 ‘밤 9시’ 근거 첫 공개올해는 시설·업종별 방역지침 구분 필요마상혁 “불필요한 전수검사 없애고 데이터 기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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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석 기자
    정부는 코로나19 유행파가 거셀 땐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하고 확산세가 억제되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를 적용하며 대응했다. 이러한 판단은 각계의 여러 의견과 방역지표를 고려한 것이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기준이 설정돼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결국 지속가능한 감염병 대응과 종식을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를 담은 방역망을 적용해 대국민 신뢰를 쌓는 것이 선결과제다. 올해는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기를 잡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기반을 형성해야 한다. 

    ◆ 과학적 분석 이뤄진 첫 연구… 영업시간 제한 필요성 입증

    지난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적모임 인원을 4인 이하로 제한하고, 식당·카페 등은 오후 9시까지로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현 거리두기 조치를 2주간 연장하기로 했다.

    당시 발표와 함께 질병관리청과 한국과학기술원(KIST)이 공동연구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서 식당, 카페 등 영업시간이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연구를 공개했다. 

    매번 반복됐던 거리두기 조정안의 핵심지표였는데, 이제서야 왜 영업시간을 제한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방역체계와 관련 긍정적 변화의 첫발로 해석된다. 

    거리두기 조치별 예측결과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확산시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에서 10시로 1시간 완화할 경우 확진자 규모는 1월 말 기준 1만8000명대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0일 기준 하루 확진자 5037명의 4배 가까운 수치다.

    또 영업시간을 9시로 유지하고 인원제한을 4인에서 8인으로 두배 늘릴 경우 확진자 규모는 1월 말 기준 1만4000명대로 늘어나는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의 거리두기 조치를 연장하더라도 확진자 수는 8000명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오미크론 전파율이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KIST는 전세계적으로 우세종으로 자리잡고 있는 오미크론 전파율을 델타변이 대비 평균 4배(11월 말 200명 환자 발생 가정)로 잡았다. 백신접종률은 60대 이상 3차 백신 80% 접종 완료, 거리두기 준수율 80%로 가정했다.

    질병청은 “거리두기 조치의 효과는 시간제한이 인원제한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번 연구는 역학조사결과, 카드매출, 이동통신 정보 등을 통해 개인의 이동과 모임 등의 행태를 고려해 사회 전체 감염 현상을 반영한 인공지능 예측 모형”이라고 설명했다. 

    ◆ 실내용 방역지침 설계… 무분별 전수검사는 중단

    ‘시간제한 규제 필요성’이라는 큰 틀에서의 연구를 시작으로 올해는 업종·상황별 방역근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전문가 진단이다. 소위 ‘방역 디테일’을 구사하면서 이를 국민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수개월 전부터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역학조사 및 인공지능 분석을 토대로 ‘시설별 감염요인’을 파악해 방역대책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질병청과 KIST 분석과 관련 “진작에 나왔어야 할 연구였고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당장 시급한 과제는 감염확산이 이뤄지는 실내와 그렇지 않은 실외를 구분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확진자의 실내 체류시간과 접촉자의 거리를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실내용 거리두기’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사적모임 제한을 근거로 좌석당 인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특정 공간에서 전체 사람수, 환기조건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장시간 체류하면서 얘기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행위를 하는 시설에 체류시간을 설정하는 등 운영 규칙을 새로 정하자는 것이다. 

    동시에 불필요한 전수검사는 없애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마 위원장은 “무분별한 전수검사는 독이다. 극소수의 확진자를 찾기 위해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는 상황이라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고 언급했다. 

    이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식으로 검사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적절한 기준을 통해 실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당국과 지자체가 그간 진행해온 전수조사 데이터를 전문가와 공유해 대응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