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빅5 중 유일하게 매출·영업이익 두 자릿수 성장대웅제약, 자체 개발 펙수클루·엔블로·나보타 실적 견인종근당, 1분기 케이캡 공백 2분기부터 펙수클루 공동판매로 메울 듯유한양행, R&D 및 판관비 증가에 영업이익 급감GC녹십자, 혈액제제 매출 감소에 '알리글로' 美 출시 준비로 판관비 증가
  • ▲ 한미약품(왼쪽), 대웅제약 사옥.ⓒ각사
    ▲ 한미약품(왼쪽), 대웅제약 사옥.ⓒ각사
    국내 '빅5' 제약사들이 올 1분기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대란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액, 혈액제제와 같은 일부 필수의약품 사업에 영향은 있었지만 대체로 만성질환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빅5 제약사의 경우 의료대란 영향을 비껴간 것으로 파악된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빅5 제약사들의 영업이익 총액은 1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줄었다.

    매출 총액이 2.7% 늘어나 외형이 커진 것과 달리 수익성은 나빠진 셈이다. 대체로 R&D(연구개발) 및 판관비가 증가한 영향이다.

    그럼에도 한미약품은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 4037억원, 영업이익 766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8%, 영업이익은 27.9% 증가했다.

    경영권 분쟁 내홍을 겪었지만 6년 연속 원외처방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개량신약 매출이 호조를 보였고 자회사 북경한미약품의 고속 성장에 힘입어 가장 두드러진 실적을 보였다.  

    제품별 매출을 살펴보면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젯' 매출이 48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로수젯의 뒤를 이어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패밀리' 362억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에소메졸' 158억원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한미탐스' 111억원 ▲발기부전 치료제 '팔팔' 107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북경한미약품도 1분기 매출 1277억원, 영업이익 378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5.1%, 영업이익은 22.5% 증가했다. 중국 폐렴 및 독감이 유행하면서 진해거담제 '이안핑', 소아용 시럽제 '이탄징' 등 주요 제품이 성장한 영향이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로수젯, 아모잘탄 등은 만성질환인 고지혈증, 고혈압 치료제로 장기처방이 가능하고 병의원 처방 비중이 높아 의료사태 장기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고 내다봤다.

    대웅제약도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늘었다.

    대웅제약은 올 1분기 별도기준 매출 2966억원, 영업이익 312억원을 거뒀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0.6% 증가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의 1분기 매출은 1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1% 늘었다. 지난달 1일부터 종근당과 공동판매를 시작해 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올해 펙수클루 성장세가 한층 가파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5월 출시한 당뇨 치료제 '엔블로' 매출은 27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26% 늘었다.

    1분기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 수출은 3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줄었지만 2분기부터 공급 물량을 회복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웅제약의 나보타 글로벌 파트너사 에볼루스는 올해 연 매출 추정치를 지난해보다 26~31%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에볼루스는 나보타(미국명 주보)만을 제품으로 보유 중인데 지난해 2억21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에 의료사태에 따른 영향이 일부 있을 수 있겠지만 연간 기준 나보타 매출은 전년 대비 12.1% 늘어난 1628억원에 이를 것이다"고 예측했다.
  • ▲ 종근당(왼쪽), 유한양행(가운데), GC녹십자 사옥.ⓒ각사
    ▲ 종근당(왼쪽), 유한양행(가운데), GC녹십자 사옥.ⓒ각사
    종근당은 빅5 제약사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뒷걸음쳤다.

    종근당은 올 1분기 매출 3535억원, 영업이익 268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 영업이익은 11% 줄었다.

    지난 1월부터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공동판매가 끝난 매출 공백 영향이 컸다. 

    종근당은 지난해 케이캡으로 1375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케이캡은 종근당 연 매출의 8.2%를 차지하며 단일 품목 기준 매출 1위 제품이었다. 지난해 1분기 케이캡 매출은 283억원이었다.

    여기에 지난해 9월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의 특허가 만료되며 약가가 낮아지고 제네릭이 쏟아지면서 자누비아 매출도 33% 이상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종근당은 2분기부터는 케이캡 매출 공백과 자누비아 매출 하락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를 공동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펙수클루는 케이캡과 같은 P-CAB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종근당은 케이캡을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성장시킨 경험을 보유한 만큼 업계에서는 펙수클루의 연매출도 케이캡 못지않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종근당은 지난 2월부터 셀트리온제약의 간장용제 '고덱스'도 공동판매 중이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펙수클루와 고덱스 신규 품목을 더하면 연매출 1100억원을 돌파해 케이캡 매출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유한양행은 빅5 제약사 중 매출 1위 자리는 지켰지만 영업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유한양행은 올 1분기 별도기준 매출 4331억원, 영업이익 61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4%, 영업이익은 68.4% 줄었다.

    연결기준으로 하면 1분기 매출 4446억원, 영업이익 6억원을 거뒀는데 매출은 0.3%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97.4% 급감했다.

    유한양행 측은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요인으로 1분기 R&D(연구개발) 비용 457억원, 판관비 2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4%, 26.3%씩 증가한 점을 꼽았다.

    여기에 이뮨온시아, 유한화학 등 일부 관계사의 실적이 부진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지난 4월 생활유통사업 분야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기에 앞서 1분기에 광고비 등을 많이 집행하면서 광고선전비가 크게 늘었다"면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개발 진행에 따른 R&D 비용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따른 기술수출 마일스톤 유입이 예상되는 등 상반기보다 하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GC녹십자는 빅5 제약사 중 유일하게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150억원을 냈는데 전년 같은 기간보다 영업손실 폭은 10.5% 커졌다. 반면 매출은 3568억원으로 2.1% 소폭 늘었다.

    자회사 GC셀 등에서 신약 후보물질 임상시험 진행에 따른 R&D 비용이 증가했고 면역 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직판(직접판매)을 위한 판관비 지출 확대 등으로 인해 영업손실 흐름이 지속된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필수의약품으로 평가받는 혈액제제의 올 1분기 매출이 8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줄며 빅5 중 의료대란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곳으로 꼽힌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미국 법인 GC바이오파마 USA의 상반기 적자가 예상되지만 알리글로 출시가 예상되는 올 7월부터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