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최고가, 배럴당 90달러 돌파美, 증시강세 속 한파 영향 생산 차질우크라이나 일촉즉발 위기 등 갈등 고조도 상승 견인
  • 국제유가가 8년만에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다음달에도 증산(감산 완화)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국제유가 상승세는 매섭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4일 현지시간 2.26% 급등한 배럴당 92.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14년 9월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WTI 가격은 꾸준히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에만 50% 넘게 오른 데 이어 올해에도 약 한 달 사이 20% 급등했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Brent)유는 2.16달러 오른 배럴당 93.27달러를 기록했다. 중동산 두바이(Dubai)유는 전일대비 배럴당 2.76달러 상승한 90.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조만간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에드 모야 오안다증권 연구원은 "현재 원유시장이 극도로 위축돼 생산에 조금만 차질이 있어도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유가가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인 나타샤 커니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확실히 커졌다면서 긴장이 격화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올해 유가를 배럴당 120달러 시대를 점쳐왔다. 외환거래 브로커 회사 오안다의 에드 모야는 "원유 수급이 대단히 타이트해 공급 부분에 약간의 충격만 있어도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며 "OPEC+가 점진적 증산 방침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은 유가가 곧 100달러를 향해 달려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위기에 탄소중립 기조도 중장기적으로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에너지 회사들에 원유, 셰일오일·가스 생산을 줄이고 친환경에너지 중심으로 사업을 바꾸라는 압력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주요 증시 상승과 미국의 한파로 인한 생산시설 가동 중단도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나스닥 지수가 4일 기준 기업실적 호조로 전일 대비 1.58% 상승하며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회복했다.  아마존의 작년 4분기 호실적 발표로 주가가 전일 대비 13.54% 급등하는 등 주요 기술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여기에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한파로 텍사스 등 주요 석유생산 지역 생산 중단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기상청(NWS)은 앞으로 며칠 동안 일부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평균 16도 낮을 것으로 예보했다. 

    반면 반론도 있다. 

    씨티그룹은 이르면 올 2분기에 세계 원유 재고량이 늘어나 유가 상승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파가 잦아들면 미국 텍사스주 퍼미안분지에서 셰일오일·가스 및 원유 생산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엑슨모빌은 퍼미안분지에서의 올해 에너지 생산량을 25%, 셰브런은 10%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탄소중립 압박이 부담이긴 하지만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와중에 이익을 늘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