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태양광 패널 종료... 매각 추진했지만 '철수' 결론휴대폰 사업도 매각 아닌 철수... 조건 맞는 원매자 못 찾아'인력·특허권' 등 중요... 사업 접어도 '활용'으로 실익 찾기
  • LG전자가 지난해 휴대폰 사업을 정리한데 이어 태양광 패널 사업도 접기로 결정한 가운데 사업을 매각하는 게 아니라 자체 철수하는 방식을 택해 눈길을 끈다. 두 사업 모두 정리 방안 중 제 3자에 매각하는 방식을 추진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론 LG가 원하는 매각 조건을 받아들인 원매자가 없었고 인력 이동과 보유 특허권 문제로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2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태양광 패널(셀·모듈)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지난 2020년 기준으로 매출 8817억 원 규모의 태양광 패널 사업은 LG전자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존재감이 미미했고 중국업체들의 가격 공세에 밀려 부진을 겪던 중에 최종적으로 사업 철수를 선언하게 됐다.

    사실 지난 2010년 본격적으로 태양광 패널 시장에 뛰어든 LG는 12년 간 사업을 이어오면서 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사업 시작에 앞서 이미 1995년부터 태양광 관련 연구 개발에 첫 발을 뗐는데 태양광 산업이 미래 유망 분야라는 기대감은 있었지만 좀처럼 업황 회복이 되지 않아 실제 사업부를 꾸려 일을 시작하기까지도 무려 1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을 정도다.

    이번에 사업 철수 결정을 앞두고 최근 몇 년 사이에도 태양광 패널 사업의 존속 여부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B2B사업의 일환으로 태양광 패널을 판매하고 중국 제품과 차별화된 고효율 신제품도 내놨지만 좀처럼 실적은 나지 않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1%대 벽을 넘기 힘들었다. 그러다 지난 2020년엔 매출 1조 원대 마저 무너지면서 본격적으로 사업 존폐 여부를 따져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휴대폰 사업을 정리할 때와 마찬가지로 태양광 패널도 LG그룹의 비주력 사업 정리 차원에서 진행에 속도를 냈다. 그런 까닭에 처음 사업 정리를 결정하면서 택한 방향은 제 3자에 매각이 최우선이었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추측이다.

    실제로 LG전자 태양광 패널 사업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매물로 거론되며 비공식적으로 원매자를 찾는 과정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거대 업체들과 경쟁에 나서야 하는 산업인만큼 기존에 태양광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물밑 협상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LG는 결국 원하는 조건에 맞춰줄 원매자를 찾지 못했고 자체적으로 사업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M&A업계에서는 LG가 앞서 휴대폰 사업을 정리할 때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해당 사업을 매각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는 없었다고 평했다. 매각은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방안이긴 했지만 딜 조건을 두고 크게 조율에 나서거나 원매자에 요구에 맞춰주기 보단 LG가 원하는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M&A업계 관계자는 "딜 추진은 매각자 스타일대로 진행되기 마련인데 LG는 앞서 휴대폰 사업 정리에서도 볼 수 있듯 매각에 유독 신중하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체적으로 정해놓은 조건에서 크게 달라지는 딜을 굳이 진행하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 LG전자 초고효율 태양광 모듈 '네온 2(NeON 2)' 약 7500장이 공급된 호주 시드니 소재 '무어뱅크 물류단지(Moorebank Logistics Park)' 현장 ⓒLG전자
    ▲ LG전자 초고효율 태양광 모듈 '네온 2(NeON 2)' 약 7500장이 공급된 호주 시드니 소재 '무어뱅크 물류단지(Moorebank Logistics Park)' 현장 ⓒLG전자
    LG가 이처럼 두번이나 사업 정리를 추진했음에도 매각이라는 방식에 성공하지 못한데는 특히 해당 사업부에 종사하고 있는 인력 문제와 보유하고 있는 특허 활용 등의 문제에서 매각시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휴대폰 사업은 26년 간 이어오며 과거 LG폰 전성시대를 누렸을만큼 역사가 깊고 태양광 패널 사업도 연구 개발부터 사업 운영까지 25년 가까이 해왔기 때문에 헐값에 아무에게나 팔 수는 없는 사업이라 여긴 것이다.

    우선 깊은 업력만큼이나 해당 분야에서 쌓은 기술과 노하우가 담긴 특허 마저 남의 손에 내줄 수는 없다는게 LG의 입장이다. 특히 휴대폰 사업의 경우 LG가 사업 경쟁력에선 밀렸지만 가전이나 전장 등 남아있는 주력 사업과의 시너지가 분명히 필요한 분야라 사업은 접지만 해당 사업부(옛 MC)에 보유하고 있던 특허는 계속해서 활용할 방침이다.

    이런 맥락으로 태양광 패널 분야에서도 향후 전기차나 전장 사업 관련해 활용할 수 있는 특허가 남아있어 이를 취하고 매각은 포기하는 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경북 구미공장에서 운영 중이던 태양광 패널 생산 라인의 경우 LG전자 내 다른 사업부가 전환해 활용하는 방안과 LG이노텍과 같은 계열사에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리하는 사업부 인력 처리 문제도 LG가 고심하는 부분 중 하나다. 통상 사업 매각에 나서면 관련 인력과 조직도 함께 넘어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직원들의 반대와 시위에 부딪히게 된다.

    LG는 재계에서도 '인화'의 가치를 우선시 하는 기업으로 유명하고 선대회장 시절부터 이어진 이 같은 분위기가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다. 사업부 매각으로 직원들과 대립하는 것보다는 사업은 접되 해당 인력들을 내부적으로 재배치하거나 일부 계열사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마찰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재배치 대상이 되는 에너지사업부 인력은 900여 명으로 앞서 휴대폰 사업 정리 당시보다 규모로는 훨씬 적다. LG전자는 지난해 휴대폰 사업을 접으며 MC사업부 3400여 명을 재배치하거나 전환배치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인력 재배치 작업에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