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총선과 비교해 오히려 역행… 확진자 쏠림 대처 ‘미흡’투표소 내 유권자 ‘거리두기 1M’ 등 주요 수칙 적용될지 의문무증상 감염 등 숨겨진 확진자 관리 불가능… 개인방역 철저히
  • ▲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 지난 4일 남영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투표를 행사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 지난 4일 남영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투표를 행사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오미크론 대유행 속에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물론 감염병 전문가 대다수가 대선 당일에 확진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어 참정권 보장과 동시에 견고한 방역망 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소위 ‘투표소 방역’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일반 유권자와 확진·격리자의 투표 시간대 구분이 이뤄지긴 하지만 당일 확진이나 무증상 감염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형식적 방역으론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 2020년 총선 대비 미흡한 준비과정

    지난 4.19 총선 때는 확진자가 27명 수준이었기 때문에 방역 대응이 가능했다. 자가격리자는 지방자치단체 담당자와 1대 1로 투표소로 이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투표 후 정해진 시간 내 자가격리 장소에 도착했는지를 빠르게 알아낼 수 있었다.

    당시 ▲모든 투표사무원, 참관인, 선거인의 투표소 내 마스크·위생장갑 착용 의무화 ▲전담인력 배치 후 비접촉식 체온계로 발열 체크 ▲호흡기 증상 또는 발열 시(37.5˚ 이상) 임시 기표소 투표 ▲투표소 내부 또는 입구에서 선거인의 줄 간격 1m 이상 유지 ▲주기적인 환기로 투표소 내 공기 순환 등 지침이 적용됐다. 

    이번 대선에는 총선 대비 1만배의 확진자가 예상되는 데도 이 같은 투표소 방역체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선거 사무원들의 안면보호구 착용이 추가된 정도다. 오히려 지난 사전투표 과정에서는 퇴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방호복 없이 확진자 안내를 하거나 확진자 대상 임시기표소에서 근무하던 사무원이 일반 유권자 공간으로 이동하는 등 문제도 발생했다. 

    일반투표소와 임시기표소 설치 간격 등의 기준이나 60대 이상 고령층‧기저질환자를 위한 별도의 방역지침도 부재했다. 대기 공간이 없어 외부에서 투표를 기다려야만 하는 확진자 관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확진·격리자들이 임시 기표소에서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사무원이 거둬가면서 비밀투표 훼손 논란도 일었다. 

    결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7일) 긴급회의를 열어 “확진·격리자 대선 투표를 오후 6시부터 7시반까지 일반 유권자 투표 이후 동일한 투표소에서 진행하겠다”고 결정했다. 

    또 확진·격리자의 외출을 대선 당일 오후 5시반부터 허용한다고 발표했지만, 이 조차도 20분 미뤄진 5시50분으로 재조정하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 오후 6시 이후 확진자 쏠림 대응책은 ‘전무(全無)’

    대선 당일 확진·격리자들은 각 지자체 보건소가 보낸 투표 관련 문자를 선거 관리요원에 보여준 다음, 선거인명부 확인 절차를 거쳐 기표 후 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을 수 있다. 오후 6시부터 7시반까지 ‘90분’이라는 시간 내 완료해야 한다. 

    만약 일반 유권자가 투표를 마치지 못하면 해당 투표소의 마지막 일반인 유권자가 투표할 때까지 별도의 장소에서 대기한 다음에 투표한다. 

    오후 6시 직전 일반 유권자들의 투표소 입장이 몰리는 상황을 가정하면 확진자들이 외부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상황이 빚어지며 사전투표 때와 마찬가지로 대혼잡이 재연될 수도 있다.

    확진·격리자가 투표소마다 어느 정도 몰릴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코로나19 확진자는 발열 및 인후염 등은 통상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선관위 측은 “본 투표장은 1만4464곳으로 3500곳 수준이었던 사전투표소보다 그 규모가 커 분산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확진자의 대기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게 기표소를 추가로 가용하는 등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8일 0시 기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집계한 재택치료자는 116만3702명으로 이 중 사전투표자를 제외하더라도 시간 내 안정적인 투표는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기 공간을 추가 확보하거나 대선에 참여하는 인력 보강이 시급한데 대선은 하루 앞으로 다가와 물리적 대책은 새로이 만들기 어렵다. 선관위와 방역당국의 철저한 확진자 동선관리 지침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중론이다. 

    ◆ 우려 커지는 투표장 감염, 대책 마련됐나?

    가장 민감한 문제는 투표소 내 일반 유권자들 사이 잠복기, 무증상 감염을 비롯한 확진자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반 유권자와 확진·격리자의 투표 시간대 구분이 이뤄지긴 하지만 숨겨진 확진자를 걸러낼 구조가 없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연일 20만명대를 기록 중인 신규 확진규모가 대선 당일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철저한 방역이 필수적이다. 

    이날 선관위 관계자는 “그간 임시기표소 담당 사무원들만 안면보호구를 착용했지만, 대선 당일 모두 착용할 것이며 방호복 역시 참관인까지 모두 착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선에 투입되는 투표관리관은 1만4464명, 투표사무원은 약 14만명으로 이들 모두에게 동일한 방역물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유권자 사이 거리두기 조건 등을 갖추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사전투표에 참여했던 한 선거사무원은 “확진 유권자를 관리하는 인력이 아닌 경우에는 근처에 확진자가 있어도 방어구를 끼지 못했는데, 대선 당일에는 철저한 물품 공급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혼란이 가중된 근본적 이유는 정부의 안일한 방역 정책 탓으로 좁혀진다. 대선 전후 확진자 폭증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방역망을 풀었고 이는 곧 투표소 감염이라는 불안감으로 작용하기 있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산의 정점에 다가가지 못한 상황에서 대선이 있다면 보다 강력한 거리두기로 확진자 규모를 줄여 보다 안전한 환경 속에서 참정권을 보장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 모두가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켜 투표소 내 확산을 방어하도록 정부 차원의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