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2% 급등 철강 가격... 레진·구리 각각 18%·15% 올라원자재 상승에 많이 벌어도 적게 남겨... 글로벌 1등 '무색'러시아발 원자재 대란 이어져 '비상'... 가전제품 인상 '촉각'
  • ▲ LG전자 UP가전 라인업 ⓒLG전자
    ▲ LG전자 UP가전 라인업 ⓒLG전자
    지난해 미국 최대 가전업체 월풀을 넘어서는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톱 가전기업으로 도약한 LG전자가 가전 제조에 쓰이는 주요 원자재 값 폭등으로 수익성에선 발목을 잡혔다. 특히 핵심 자재인 '철강(Steel)'과 사출물 제작에 쓰이는 '레진(Resin)', '구리(Copper)' 값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는데 올해도 러시아발 원자재 대란으로 이 같은 상황이 심화될 조짐이 보여 비상이 걸렸다.

    17일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 H&A(생활가전)사업부문에서 가전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대표 원자재 3종이 모두 두자릿수 이상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주된 재료인 철강은 전년 대비 21.9%, 레진은 18.2%, 구리는 15.1% 가격이 상승해 LG전자 가전 사업 수익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철강 가격이 무섭게 상승해 LG전자를 비롯한 가전업체들의 원가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경우 매해 1조 원이 넘는 철강을 조달해 가전 원자재로 쓰는데 코로나19 이후 가전 수요가 늘어 생산도 늘렸는데 지난해엔 철강 가격 상승이 정점을 찍어 부담이 더 컸다.

    LG전자 H&A사업부문은 지난해 철강 제품을 매입하는데 1조 6816억 원을 투입했다. 이는 전체 H&A 원재료 매입액 전체(12조 8361억 원) 중 13%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전년도인 지난 2020년에 비해서도 5000억 원 넘게 증가한 수치다. 전체 원재료 구매비용 중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20년 8% 수준이었다가 지난해 두자릿수로 껑충 뛴 셈이다. 2020년엔 H&A사업에서 14조 원이 넘는 원재료를 사들인 것을 감안하면 1년 사이 21% 넘게 뛴 철강 값은 꽤나 부담스러워졌다.

    철강과 함께 많이 매입하는 원자재인 레진도 지난해 매입 규모가 커졌다. 사출물 제작에 쓰이는 화학제품인 레진을 매입하는데 든 비용만 지난해 8651억 원인데 주로 계열사인 LG화학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레진도 지난 2020년에는 5871억 원 규모로 매입해 사용했는데 1년새 가격이 18% 넘게 오르면서 LG전자는 3000억 가까운 비용을 더 써야만 했다.

    열교환기에 쓰이는 구리도 가전 생산엔 필수 자재인데 LG의 경우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2000억 원대 규모로 구리를 매입하다가 지난해 여기에만 3338억 원이 투입됐다. 결과적으론 지난해 전체 원자재 매입 규모가 전년 대비 줄어든 가운데 이 세가지 주요 품목의 가격 상승으로 비중 또한 무거워진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상황으로 원자재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면서 LG전자처럼 전 세계에서 가전을 가장 많이 판매한 기업도 원자재 수급과 가격 급등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그 중에서도 LG는 세계 1등 가전 매출을 올리고도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수준으로까지 원자재값 상승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LG전자는 가전사업에서 27조 1097억 원 매출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미국 월풀을 꺾고 1등 자리에 올랐다. 특히 주요 가전 품목인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에서만 20조 9044억 원 매출을 올려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전통 백색가전 분야에서도 LG가 글로벌 톱에 올랐다는 자부심을 가질만한 성과였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지난해 2조 222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LG전자 H&A사업부문은 전체 사업 중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냈지만 전년 대비 3% 가량 떨어지는 이익을 내며 업계와 투자자들을 어리둥절 하게 만들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2% 가까이 늘었는데 이익은 소폭이지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생활가전 사업 이익이 줄어든 원인으로 '원자재 값 상승'을 가장 먼저 꼽았다.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가전을 판매한 LG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원자재 가격에 속수무책 당했다는게 납득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글로벌 톱 가전 기업의 원가 관리에 대한 아쉬움도 묻어나는 대목이다.

    게다가 올해는 연초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으로 또 한번 원자재 값이 출렁이고 있어 리스크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미 가전업계에서는 이 같은 국제적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상승세가 거듭되는 원자재 확보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앞서 원자재 값 상승으로 실적에 타격을 입었던 LG전자가 어떤 방식으로 계속되는 원가 상승 압박에 대응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원자재 조달 리스크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만큼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지, 아니면 가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지에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