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레이튼 박사, SKB-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이슈 인터뷰 진행빌앤킵 원칙은 전화통신산업에서 유래... 현 산업에 적합하지 않아소수의 넷플릭스 가입자로 인해 전체 인터넷 가입자가 비용 부담
  • ▲ 로슬린 레이튼 박사 ⓒ로슬린 레이튼 박사(제공)
    ▲ 로슬린 레이튼 박사 ⓒ로슬린 레이튼 박사(제공)
    “빌앤킵(Bill and Keep·상호무정산) 방식은 서로 유사한 수준의 트래픽 교환과 당사자들의 합의란 선결 조건이 필요하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사이에는 두 가지 선결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아 적절하지 않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소송 2라운드에서 빌앤킵 원칙이 CP(콘텐츠 공급자)에게도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이에 로슬린 레이튼(Roslyn Layton) 덴마크 올보르대학 박사가 넷플릭스의 주장을 전면으로 반박했다. 

    레이튼 박사는 美 포브스(Forbes)지 시니어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망 중립성 연구 등 통신 분야 전문가다.

    본지는 레이튼 박사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빌앤킵 원칙의 문제점과 글로벌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CP와 ISP(인터넷 사업자)의 대립 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빌앤킵은 전화통신사업에서 유래... 現 시대에 부적합

    레이튼 박사는 빌앤킵 원칙의 선결 조건으로 유사한 수준의 트래픽 교환과 당사자들의 합의란 선결 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화통신산업의 네트워크에서는 서로 주고받는 트래픽 양이 대체적으로 동일했다”면서도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서 넷플릭스 같은 CP는 초고용량의 트래픽을 전송하는 반면, SK브로드밴드 같은 ISP는 동일한 양의 트래픽을 넷플릭스에게 보내지 않는다”라며 빌앤킵 방식이 적절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또 다른 선결 조건인 당사자들의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산업에 포진한 두 기업이 함께 합의 하에 빌앤킵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본 사례는 동일한 산업군도 아니며 상호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많은 ISP들이 자사의 네트워크에 초대용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사업자에 대해 사용료를 회수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SK브로드밴드의 보상 요청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의 소송은 글로벌에서도 매우 중요한 소송”이라며 “디지털 사회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한국에서 어떤 정책적 움직임이 나올지 전 세계에서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에서 넷플릭스가 자사의 이익만 우선시하다 보니 시장의 경제적 원리를 무시하고 뒤엎으려 하고 있다”며 “이에 ISP들은 적절한 수준의 비용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에서의 용감한 도전에 대해 반가워하는 분위기”라고 글로벌 동향을 설명했다.

    ◆ 넷플릭스가 내세운 OCA, CP 간 경쟁 저해하는 역기능

    넷플릭스가 트래픽을 줄일 수 있는 근거로 언급하고 있는 OCA(Open Connect Appliances)에 대해서는 오히려 CP 간 경쟁을 저해하는 역기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OCA 설치 방식은 자사의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방식”이라며 “동시에 SK브로드밴드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OCA 설치를 통해 SK브로드밴드는 자사의 네트워크를 유지·보수하거나 투자하는 데 필요한 사용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또한 OCA를 설치하는 데 소요되는 물리적인 공간, 설치 장비 등이 오직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고 다른 CP는 해당 네트워크 망에서 작동이 불가능해 경쟁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그는 “넷플릭스의 OCA 설치 논리를 적용할 경우 ISP 입장에서는 모든 CP로부터 OCA를 설치해야 하며, 이는 운영의 어려움을 유발한다”며 “ISP는 콘텐츠 중립적인 전략을 유지하고 싶은 동기가 있는 만큼, 모든 CP의 콘텐츠를 비용 효율적, 에너지 효율적인 방식으로 제공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 넷플릭스의 ‘이중 과금’ 주장은 잘못돼... 인터넷은 양면 시장

    SK브로드밴드가 이중 과금을 유발하고 있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그는 “넷플릭스는 제 견해에 동의하지 않겠지만 인터넷은 양면 시장이다”라며 “넷플릭스의 주장을 업계에서 받아들일 경우 굉장히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신용카드 시장을 예로 들었다. 신용카드사의 경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신용카드를 판매하고 연회비를 받는 한편, 카드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신용카드 수수료에 따라 수익을 올린다. 즉, 신용카드사는 소비자와 가맹점을 대상으로 각각 서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로 다른 사용료를 받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SK브로드밴드는 최종 이용자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고객 서비스 및 계정 관리 등을 제공하는 한편,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는 트래픽에 대한 프로세스, DNS 서비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와 비즈니스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서로 다른 형태로 제공하고 있는 만큼 양면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넷플릭스 콘텐츠를 네트워크를 통해 스트리밍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모든 네트워크 이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SK브로드밴드 이용자 수가 2300만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중 500만이 넷플릭스를 구독한다고 가정해보자”면서 “넷플릭스로 인해 늘어난 트래픽 비용을 SK브로드밴드가 부담할 경우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는 나머지 망 사용자들도 관련 비용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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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 이용대가 법제화... 중소 CP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

    한국에서 망 이용대가 의무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중소 CP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거대 기업이 자신의 시장 지배력을 오용하는 것으로 보일 때는 규제가 필요하다”며 “넷플릭스 같은 경우 그동안 시장 내에서 자신들의 기업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가장 대규모 동영상 트래픽을 발생시킴에도 불구하고 부담에 대한 책임지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네트워크 이용료에 대한 지불 의무를 법제화하는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모든 CP가 망 이용대가를 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소수의 거대 CP들이 네트워크 내에서 절대적인 트래픽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대형 CP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중소 CP를 대상으로는 망 이용대가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망 이용대가를 법제화할 경우 중소사업자에게 부과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과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규모의 CP는 ISP의 비즈니스 유지를 위한 비용 회수를 존중한다. 오직 넷플릭스만 이러한 경제 규범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뒤바꿔 놓으려 하고 있다”며 “따라서 다른 CP들이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데 문제가 없으며, 한국에서 검토 중인 법은 중소 CP의 네트워크 비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에서도 논란인 망 이용대가

    콘텐츠 사업자가 네트워크 사용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글로벌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원인으로 인터넷 산업의 환경 변화를 언급했다. 인터넷 산업 초기 이메일 같은 텍스트에서 동영상이 킬러앱으로 자리잡으면서 요구되는 대역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많은 국가에서 넷플릭스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강제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미국의 특정 지역에서는 우회적인 과금 방식으로 세금을 더 부과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경우에는 유럽 의회와 유럽 집행부, 유러피언 커미션에서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망 이용대가 이슈를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