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올해 선보인 액티브 ETF 4종 수익률 저조ETF 순자산총액 점유율 5% 미만 제자리걸음에 순익도 감소배재규호 획기적 반전카드 없이 판도 변화 어려워
  • ▲ 26일 기준 2021·2022년 상장한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요 ETF 수익률 (단위: 억원, %) ⓒ에프앤가이드
    ▲ 26일 기준 2021·2022년 상장한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요 ETF 수익률 (단위: 억원, %) ⓒ에프앤가이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내 확장을 공언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낮은 점유율과 수익률을 타개해야 하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ETF 시장 공략 가속화 움직임에도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한투운용이 지난해 출시한 ETF 8개 중목 중 대다수가 연초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앞서 지난해 친환경 자동차, ESG, 미국 스팩(SPAC), 글로벌 메타버스 등 여러 산업에 투자하는 다양한 ETF를 시장에 선보인 바 있다.  

    올해에도 1월과 2월 각각 KINDEX중국과창판STAR50, KINDEXG2전기차&자율주행액티브 등을 출시했으나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지난 26일 기준 중국과창판STAR50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7.54%. G2전기차&자율주행액티브의 1개월 수익률은 –15.52%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는 이와 더불어 지난해와 올해 해외주식형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 4종을 출시했지만, 이마저도 성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친환경차와 관련된 밸류체인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KINDEX친환경자동차밸류체인액티브가 설정 이후 0.91%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 ▲KINDEXG2전기차&자율주행 ETF(-15.92%) ▲KINDEX글로벌메타버스테크액티브(-24.86%) ▲KINDEXESG액티브(-17.72%) 등의 수익률이 저조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12월 22일 동시 상장한 글로벌 메타버스 ETF 4종목 중 하나인 KINDEX글로벌메타버스테크액티브는 지난 26일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이 –26.42%로 전체 글로벌 메타버스 ETF 가운데 하위권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액티브 ETF는 추종지수를 90% 이상 복제하는 패시브 ETF와 달리 비교지수를 70%만 반영한다. 이러한 특성상 지수가 하락할 경우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지만, 하락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펀드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성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회사는 앞서 지난 2월 별도로 존재했던 액티브 ETF 전용 브랜드였던 ‘네비게이터’를 없애고, 그간 네비게이터 이름을 달고 운용하던 3개의 액티브 ETF의 이름을 모두 KINDEX로 바꿨다. 

    브랜드 단일화를 통해 KINDEX의 브랜드 인지도와 파워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되지만, 향후 KINDEX도 변경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 ▲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순자산가치총액·일평균거래대금 추이 및 점유율 ⓒ한국거래소
    ▲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순자산가치총액·일평균거래대금 추이 및 점유율 ⓒ한국거래소
    한투운용은 전체 ETF 시장 내 시장지배력 확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상장 ETF 전체 순자산총액은 74조74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투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3조6755억원으로 순자산 기준 시장점유율은 4.9%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년 3월 대비 0.4%포인트 소폭 올랐지만 지난해 9월(5.3%) 대비로는 줄어든 규모다. 한투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수년간 3~5%대를 맴돌며 사실상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특정 회사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ETF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한투운용이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획기적인 반전 카드 없이는 ETF 판도에 변화를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가 취임 이후 확장을 공언한 ETF와 타깃데이트펀드(TDF),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등의 부문에서 실적을 반등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 대표는 앞서 지난 2월 대표이사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전통에 혁신을 더하는 자산운용사가 될 것”이라며 “액티브 펀드의 성과는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ETF, TDF, OCIO 시장에서 큰 폭의 성장을 실현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배 대표는 2년 연속 감소한 회사의 실적을 반등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투운용의 지난해 순이익은 331억원으로 전년(354억원) 대비 6.5% 감소했다.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이 하락했다. 

    회사는 앞서 지난 2020년에도 2019년(404억원)보다 12.5% 감소한 354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바 있다. 당시 운용자산 기준 상위 10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역성장을 기록한 곳은 한투운용과 NH아문디운용뿐이었다.

    한투운용은 OCIO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민간 적립금 확보에도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기도 하다. 지난해 국내 OCIO 시장 내 가장 큰 규모의 OCIO 중 하나인 공적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재선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연기금투자풀이 복수 운용체제로 바뀐 2013년부터 8년간 맡아온 공적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자리를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내준 바 있다. 

    배재규 대표가 취임 이후부터 줄곧 마케팅을 강조하고 새로운 브랜드 발굴을 주문한 것도 업계는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