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입된 BA.2.12.1, 전 세계적 확산세 ‘BA.4, BA.5’ 우려전파력 빨라 일부 국가에선 스텔스 오미크론 넘어 ‘우세종’ 예측도변이 확산 위험한데 다음 달 풀리는 제주·양양 무사증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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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석 기자
    스텔스 오미크론(BA.2)보다 확산 속도가 약 25% 빠른 것으로 알려진 ‘BA.2.12.1’ 변이가 국내에 유입됐다. 동시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작된 ‘BA.4, BA.5’ 역시 전 세계로 퍼지면서 일부 국가들이 방역망 강화로 유턴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본격적 일상회복을 위해 다각적 규제를 없앴다. ‘야외 노마스크’ 허용도 지난 2일 시행됐고 모임이나 영업시간도 제한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은 방역망을 풀어도 신규 확진 등 여러 지표가 긍정적이다. 

    하지만 새 변이가 변수로 작용해 감염 감소세의 흐름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누구도 예측이 어렵다. 오미크론이 그랬듯 해외에서 확산하는 변이는 어느 순간 국내에도 침투해 우세종이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상회복에 붕 뜬 기대감 이면에 위험요인이 가득하다.

    ◆ 새 변이의 유행파… 해외선 스텔스 오미크론 뛰어넘은 상황

    6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미국에서 입국해 이튿날 코로나19에 확진된 50대 여성 A씨의 검체에서 BA.2.12.1 변이가 검출됐다.

    BA.2.12.1은 현재 국내에서 우세종이 돼 있는 BA.2에서 재분류된 세부 계통 변이다. 미국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어 소위 ‘뉴욕 변이’로도 불린다. 이 변이는 스텔스 오미크론 대비 23~27% 빠른 검출 증가 속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데이터를 보면, BA.2.12.1는 종전의 우세종이었던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2를 잠식하며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10∼16일 77.2%로 추정되며 정점에 올랐던 BA.2의 비중은 2주 뒤인 지난달 24∼30일 61.9%로 떨어진 반면, 같은 기간 BA.2.12.1의 비중은 16.7%에서 36.5%로 확대됐다.

    다수의 외신은 남아프리카 국립전염병연구소(NICD)의 발표를 인용해 남아공에서 일일 확진자 수가 5일(현지시간) 9757명으로 전날(6170명)보다 58%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남아공에서 4명 가운데 1명 꼴로 코로나19에 양성 반응(25.9%)을 보이면서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양성률을 기록했다. 특히 남아공 연구팀은 BA.4와 BA.5가 면역을 회피하는 성질을 가졌다고 보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아공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배경으로 BA.4, BA.5 변이 등 오미크론 하위 계통이 확산을 주요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 BA.4, BA.5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지만, 바이러스 유입은 사실상 시간문제다. 

    ◆ 치명률 낮아도 ‘전파력·재감염’ 위험요인… 제한적 면역력 한계  

    코로나19 변이는 특성은 점차 치명률은 낮아지지만, 전파력과 재감염 비율을 올라가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당국 자료에 따르면, 변이 유행 전 재감염자는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었지만 델타 변이 등장 이후인 지난해 7~12월에는 0.13%까지 올랐고, 오미크론 변이(BA.1)가 우세화한 1월 말 0.3%로 상승했다.

    BA.1보다 전파력이 30% 정도 강한 것으로 알려진 하위 변이 '스텔스 오미크론(BA.2)'이 우세화한 3월 20일 이후에는 재감염률이 0.43%로 올랐다. 

    이러한 흐름을 비춰보면 새로이 등장한 BA.2.12.1, BA.4, BA.5 변이가 유행할 경우, 미확진자의 감염은 물론 재감염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오를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면역력 획득의 기간이 제한적이라는 한계도 존재한다. 코로나19의 경우 백신 접종이나 감염을 통해 획득한 면역력이 3개월 가량이 지나면 약해지는 특징이 있다. 

    앞서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일련의 새 변이가 현실로 드러나기 전 올 하반기 120만명대 중규모 유행이 올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정 교수는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 때마다 재감염률은 증가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며 떨어지는 백신 접종, 자연감염의 효과를 분석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부분이 명확해지지 않으면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현재는 ▲항체 양성율, 재감염률, 백신 효과 감소 측정 ▲경구용 치료제의 투약 효과 평가 등 치료 데이터 확보를 방역 정책 설계 과정에서 중요한 지표로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국내 방역 유행 지표를 기반으로 다음 달부터 제주 무사증(무비자) 입국과 양양국제공항 외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사증 입국을 재개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유행의 흐름은 개별 국가에서 적용되는 것이 아닌 상황임이 수없이 입증된 상태인데도 일상회복에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는 견고한 대책없이 일상회복에 함몰돼 무사증 입국도 결정해버린 상황”이라며 “가을이 오면 또 수많은 희생이 예고된 상황이라 현재의 무방역 상황이 오히려 폭풍전야로 느껴진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