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수익 다각화 위해 해외법인 적극 확대하나금투, 베트남·홍콩으로…·NH, 런던법인 설립KB증권·한투, 인도네시아·미국 영토 확장"해외 IB 역량, 대형 증권사 밸류 차별화 요인"
  • 국내 증시 침체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자 수익성 제고에 나선 증권사들이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수익 다각화를 위해 해외법인을 투자은행(IB) 사업의 전초기지로 삼기 위한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글로벌 IB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1억달러(약 1274억원)를 투자해 하나은행의 홍콩 계열사인 KHGF(KEB하나글로벌재무유한공사) 지분 100% 인수를 추진 중이다. 

    앞서 지난달 하나금융투자는 1420억원을 들여 베트남의 BIDV 증권의 지분 35%를 1420억원에 사들이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베트남 1위 국영은행의 증권 자회사로, 하나금융투자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2대 주주로 올라선다. 

    이은형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는 지난 2021년 취임 이후 지주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글로벌 IB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2020년부터 매년 5000억원 규모 증자를 결정하면서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자기자본 6조원대를 목전에 뒀다.

    NH투자증권도 지주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농협금융지주는 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NH투자증권의 IB 업무 강화에 힘을 보탠 바 있다.

    NH투자증권은 런던 법인 출범을 통해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글로벌 IB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를 교두보로 글로벌 IB 역량을 강화해 향후 해외법인 수익을 현재 600억원대에서 1000억원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KB증권도 올해 2월 인도네시아 중견급 증권사인 밸버리(Valbury)증권의 지분 65%를 약 550억원에 사들이면서 그간 홍콩과 미국 중심으로 운영되던 해외사업을 동남아 시장으로 확대했다.

    이는 지난 2017년 10월 베트남 메리타임증권을 인수한 지 4년 만의 해외 증권사 인수다. KB증권은 우수한 IT서비스와 자본력을 활용해 인도네시아와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증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월 미국 뉴욕에 IB 전담법인인 KIS US를 설립했다. 이미 홍콩과 베트남 등지에 현지법인을 둔 이 증권사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미국 법인을 세우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딜 소싱을 본격화했다. KIS US는 지난 9월 5000만달러의 워싱턴DC 소재 신축 오피스 인수금융 딜을 주관하는 등 현지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 해외법인 자기자본의 48%(3조6000억원)를 차지, 해외법인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사업을 재정비하며 내실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 내 통합경영시스템 구축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미래에셋시큐리티홀딩스는 지난달 미래에셋웰스매니지먼트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미국 현지 비즈니스를 통합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미국 시장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증권사들이 최근 자기자본 확대와 더불어 해외법인 투자 확대에 나선 이유는 수익구조를 다각화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특히 올 들어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 거래대금 감소로 위탁 수수료가 줄고 운용 손익도 적자를 내는 등 수익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대형 증권사들의 글로벌 IB 역량이 기업 간 격차를 벌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본 규모하에선 해외시장 공략을 통한 고객 기반 및 자산 확장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증권사들은 최근 자기자본 확충과 함께 해외법인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고 수익기여도도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적절한 투자를 통한 해외 비즈니스 인프라와 트랙레코드 구축 여부가 대형 증권사 밸류에이션의 차별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