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반발 커지자 최근 실무직원 대상 소통 콘서트 개최 소통 위해 마련됐지만 손 이사장 일부 발언에 반발 커져"젊은 직원 도넘은 요구·태도" 비판·자성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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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임기 초부터 강조해온 MZ세대 등 실무 직원들과의 소통 행보가 삐그덕거리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 비해 턱없이 작은 보상을 받아든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했다는 평가다. 다만 전임 이사장들에 비해 눈에 띄는 소통 노력을 무색하게 할 만큼 일부 젊은 직원들의 도넘은 태도와 요구는 내부에서도 비판받는 대목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손 이사장은 'CEO와 함께하는 소통 콘서트'에 참석했다. 이사장과 실무 직원들이 자유롭게 대화하자는 취지에서 손 이사장 부임 후 마련된 행사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준해 일부 과장급 이하 직원만 현장 참석하고,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가 마련된 이유는 지난해 임금 인상분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히 컸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금융위원회와 맺은 경영협약에 따라 지난해 공무원 임금인상률(0.4%)에 준해 직원들에게 50만원가량의 온누리상품권을 일괄 지급했다.

    지난해 거래소 영업수익은 1조3493억원으로 설립 후 처음으로 영업수익 1조원을 넘겼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각각 91.01%, 39.43% 늘어난 각각 5854억원, 3977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급 실적에도 턱없이 낮은 임금 인상에 특히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거셌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증권업계 연봉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그 박탈감은 더 커졌다는 전언이다.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이날 손 이사장의 일부 발언은 문제가 됐다.

    그는 '직원들이 공공기관 성격의 거래소를 지원·입사했음에도 사기업인 증권사들의 성과급 규모와 비교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알려졌다. 올해 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도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며 속시원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는 점도 직원들에겐 박탈감을 줬다는 후문이다.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오히려 반발이 커지면서 행사 후 사내 익명게시판에 성토 글들이 올라왔고, 노조는 이와 관련한 비판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거래소 MZ세대 직원은 "손 이사장의 발언이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굳이 타 증권사들과 비교하지 않고서라도 물가인상률도 반영되지 않은 임금 인상에 불만이 큰 상황"이라면서 "기관장으로서 불가능한 것을 약속하며 공수표를 날려서도 안되지만 무언가 기대하고 자리에 참석한 직원들로선 힘이 빠졌던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동시에 손 이사장과의 소통 과정에서 보인 일부 젊은 직원들의 도 넘은 행태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부임한 손 이사장은 임기 초반부터 조직 문화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직원 소통 강화에 힘써왔다.

    일종의 블라인드 게시판인 '온통'을 개설하고, 토크 콘서트 개최는 물론 경력직 대거 채용, 금융감독원 정기감사 관련 개인 정보 동의, 임원 인선 등 내부적으로 논란이 된 사안마다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기관 입장과 이사장으로서 본인의 견해를 적극 전했다.

    이는 역대 이사장과 비교해 이례적인 행보로서 직원들에겐 상당히 진정성 있게 비춰진 게 사실이다.

    블라인드 게시글을 비롯해 소통 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유튜브 댓글에는 '직원식당 메뉴에 닭가슴살샐러드를 추가해달라'거나 '연말 대리급 직원 승진을 5월로 앞당겨달라'는 등 도가 지나친 요구가 잇따랐다는 전언이다. 이날 사내 체육대회 개최와 관련해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국 무산됐다. 손 이사장에게 직접 전달되는 개인 메시지에는 익명성에 기댄 무례한 수준의 발언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소 또 다른 젊은 직원은 "지금까지 직원들과 이정도 스킨십 노력을 해온 이사장은 누구도 없었다"면서 "기관장이 소통행보를 보이면서 그전과 달리 직원들의 각종 요구 사항도 빗발치고 있는데, 객관적으로 봐도 떼쓰는 수준이라는 비판이 많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손 이사장의 소통 의지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니어급 직원은 "손 이사장의 행보가 전임 이사장들과 비교해 이례적이라는 건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이다. 직원과의 스킨십에서 적극적, 개방적 태도로 임했던 손 이사장에게 최근엔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면서 "거래소 쇄신과 변화의 바람이 일부 비합리적인 논쟁으로 인해 꺼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