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아니지만 최대주주 역할론 부상 사태 악화일로… 강 회장, 소통능력 관심정상화·매각 등 난제 첩첩
  •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점거 농성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대주주 산업은행의 역할론이 재조명되고 있다. 산은측은 노사협상에 관여할 여지가 없다며 한발 물러나 있는 상태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강석훈 회장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산은 회장으로서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일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다. 지난 14일부터 1주일 째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임금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노조원 약 120명은 임금 30% 인상과 단체교섭, 노조 전임자 인정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사측은 올해 공사대금 명목인 기성금 3% 인상했고, 그 이상은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사간 입장차는 팽팽한 가운데 상황은 악화일로다. 하청 노조원들은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 작업장인 도크를 점거해 업무는 마비됐다. 사측에 따르면 이번 점거농성으로 입은 손실만 6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잔뜩 받아낸 조선 수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창원지법은 도크 점거를 해산하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하청 노조원들은 버티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이 이번 파업을 하반기 하투 구심점으로 삼으면서 갈등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 ▲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소속 임직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하청지회 불법점거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뉴데일리DB
    ▲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소속 임직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하청지회 불법점거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뉴데일리DB
    11년 전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등장했던 '희망버스'도 재등장했다. 금속노조는 오는 23일 희망버스를 타고 거제 현장으로 이동해 파업을 지지하는 입장을 낼 계획이다. 과거 한진중공업 파업이 희망버스 지원에 1년 가까이 길어졌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악몽이 되살아날까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지분 55.68%를 보유한 산은의 심경도 복잡해 보인다. 노사 교섭에 직접 관여할 수는 없지만, 대화 참여를 압박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18일 산은 경영진들과 만나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강경대응을 예고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제2의 용산참사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사태를 풀어내는 중재자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산은이 직접 관계자는 아니지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인 건 사실"이라며 "회사 정상화와 매각절차가 모두 미뤄질 수 있다"고 했다.

    강 회장이 대우 그룹 출신이라는 점도 산은 역할론에 힘을 싣는다. IMF 외환위기 당시 대우라는 거대 그룹이 공중분해되는 광경을 목격한 강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이라는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사회 초년을 일군 강 회장은 그룹 워크아웃 이후 성신여대로 몸을 옮겼고, 박근혜 전 대통령 경제참모로 발탁돼 정치권에 입문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관여할 입장은 아니지만, 남의 일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산업통상부, 노동부 장관들이 현장을 다녀왔고 정부의 후속조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