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광물 사용 전기차 지원금 제외우방국 중심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 의도 담겨국내 업계, 美 시장 확대 기대감… 높은 中 소재 의존도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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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탑재한 전기자동차에 대해 세액공제를 제외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국내 업계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글로벌 시장 확대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중국 의존도가 큰 소재와 원자재에 대해서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기후변화 대응, 노인층 약값 인하, 에너지 안보 등에 4300억 달러(약 558조원)를 투자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등 법인세와 부자 증세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한 기후변화 대응에는 3690억 달러(약 479조원)가 투자된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확대다. 차량 구매자에게 차종에 따라 일정 기간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부여하되 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의 요건을 부가했는데,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배제시켰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조처로 풀이된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우방국 중심으로 밸류체인을 구축해 최대한 미국 내 생산을 독려하기 위한 의지가 담겼다.   

    실제로 법안에는 비(非)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라 하더라도 ▲ 미국에서 전기차가 조립·생산될 것 ▲ 배터리와 핵심광물의 일정 비율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할 것이라는 두 조건을 충족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구체적으로 배터리의 경우 2023년까지 구성요소의 50%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된 것을 쓰도록 하고 2027년부터는 이 기준을 80%까지 끌어올리도록 했다. 핵심광물은 미국산 비율을 2023년까지 40%를 시작으로 매년 10%포인트씩 올려 2027년부터는 80%에 도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는 현지 거점 구축에 나선 만큼 중장기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총 70억달러(약 9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오하이오, 테네시,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또한 미국 애리조나주에는 원통형 배터리 전용 독자 생산공장을 건설도 시기를 조율중이다. 

    SK온은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블루오벌SK'라는 합작법인을 만들고 미국 테네시주에 1개, 켄터키주에 2개 등 총 3개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양사의 투자액은 5조1천억원씩 10조2000억원이며, 2025∼2026년에 순차적으로 완공될 공장 3곳의 연간 배터리셀 생산 능력은 129기가와트시(GWh)에 이른다.

    SK온은 이뿐 아니라 올해와 내년까지 완공되는 배터리셀 공장 2개도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으며, 완공 시 연산 능력은 21.5GWh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에서는 테슬라와 GM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미국내 GM, 스텔란티스와 JV(조인트벤처) 공장을 건설중인 LG에너지솔루션이 최대 수혜"라며 "이들 업체에 직접 양극재를 공급하는 업체들과 최근 GM과 대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한 LG화학 역시 중장기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에 대한 추가 투자는 물론 중국산 소재와 원자재를 줄이는 등 대응 방안 마련에 대한 고민도 상존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미국의 이번 조처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지만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그만큼 미국 내 생산비율을 늘려야 할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표적인 소재가 전구체다. 3년간 전구체 수입량은 1200% 이상 증가해 90%가 중국산이다. 

    전구체는 양극재를 만들기 위한 핵심재료로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 사용된다. 중대형 전지의 경우 원가의 43%는 양극재이지만 양극재 재료비의 70~80%는 전구체가 차지하고 있다.  양극재는 음극재와 함께 전기를 저장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배터리의 종류 및 성능을 좌우하는데, 전구체에 따라 품질이 결정될 만큼 중요도가 높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경우 적극적인 협력 및 투자를 통해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등 핵심소재의 내재화율 제고에 힘쓰고 있지만 전구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기술적으로 생산이 가능하지만 인건비, 가격 등을 고려하면 전구체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떨어진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구체에 대한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국내 배터리 업체가 최근 2~3년간 급속도로 성장하면 수입량도 급격히 늘었는데 대부분이 중국산이라는 점이다. 국내의 경우 전구체 수요 대비 국내 생산량이 30% 정도로, 부족분의 90%가량을 중국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광물과 소재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없어 상황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업계에서도 공급 다변화 등을 통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고민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