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탈원전 폐기 및 이집트 3조 수주 쾌거두산, 이집트 터빈 공사 등 조 단위 계약 기대체코·폴란드 공략 지속…SMR 등 신사업도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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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가 정부의 탈원전 폐기 공식화와 해외원전 수주 쾌거를 발판삼아 ‘K-원전’ 부활에 나선다. 두산에너빌리티 원전 사업은 지난 5년 탈원전 정책으로 부진을 겪었지만, 원전 필요성이 국내외에서 재조명됨에 따라 다시 탄력이 붙고 있는 것.

    3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을 기존 23.9%에서 32.8%로 10%p 가량 확대하는 내용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탈원전 기조에선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고리 2·3·4호기 등 원전 12기의 수명 연장을 통해 2036년까지 계속 운전하고, 신고리 5·6호기, 신한울 1~4호기 건설 완료로 원전 6기를 추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22기인 원전은 2036년 28기로 늘고, 원전 발전용량도 24.7GW에서 31.7GW로 확대된다.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방침이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를 내걸고 원전산업 육성에 의지를 드러내 왔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관계부처 협의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올해 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대규모 원전 수주 소식에 이어 정부의 ‘탈(脫)탈원전’ 정책의 구체화로 원전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3조원 규모 엘다바 원전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3년 만의 해외원전 수주 성과다.

    이집트 엘바다 프로젝트의 총 사업 규모는 40조원으로,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인 로사톰의 자회사 ‘ASE JSC’가 주도한다. 한수원은 2029년까지 기자재 공급과 터빈 시공을 담당하게 되며, 9월 중 국내 원전 기자재 업체들의 참여를 돕기 위해 사업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터빈 시공을 포함한 주력 사업을 담당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유일 원전 주기기 등 핵심 기기 제조역량을 보유 중으로, 주기기 외 터빈 시공능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와 한수원과의 계약 규모도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집트 원전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재개가 예상되는 신한울 3·4호기 공사 등 국내 사업의 빈자리를 메워 원전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국내 사업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해외수주에 주력하며 일감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집트 엘바다에 이어 8조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을 공략하고 있다. 체코에서는 두코바니와 테믈린에 원전을 최대 3기까지 짓는다는 계획으로 한수원은 오는 11월 입찰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폴란드가 추진 중인 40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건설 사업과 사우디아라비아의 12조원 규모 원전건설 사업도 정부가 노리는 프로젝트다.

    이들 원전 사업을 한국이 수주한다면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 주기기 공급 등 핵심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앞서 ‘팀 코리아’가 따낸 2009년 UAE 바카라 원전 프로젝트에서 4조7019억원 규모의 주기기 공급을 담당한 바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과 원전 기자재 사업도 강화해 원전 생태계 전반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SMR은 발전용량 300MW 이하의 일체형 원전으로, 기존 대형원전과 비교해 설치가 쉽고 안전성도 높다는 장점을 지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SMR 설계업체 뉴스케일파워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올 하반기 뉴스케일파워 첫 원자로에 주기기 공급을 시작으로 수건의 프로젝트에 추가 참여할 예정이다. 뉴스케일은 미국뿐 아니라 루마니아·불가리아·폴란드·카자흐스탄·영국 등에서 신규 SMR 건설 협약을 맺으며 사업을 확장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아울러 사용후핵연료 운반·저장 용기인 캐스크(Cask)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캐스크는 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선과 열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므로 특수 설계와 고도의 제작기술을 필요로 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형 건식저장 캐스크를 개발해 지난해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에 수출했다. 해외에서 운영 중인 콘크리트 저장용기보다 안전성을 강화한 금속용기 모델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기술심사를 통과, 다음 달 인허가를 취득할 예정이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정부의 원전 관련 공약 이행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수혜가 주목된다”며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시 과거 동일모델 공사와 비교해 계약 규모 약 2조원, 착공 시점부터 7~8년 동안 연 10%씩 공정 진행을 감안하면 연매출 2000억원 내외, 영업이익 수백억원이 추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원전의 경우 원천기술 보유와 한국형 원전의 수출 실적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업 경쟁력이 인정되고 있다”며 “채산성이 높은 원전 사업으로부터 실적 기여가 이뤄진다면 실적 변동성이 크게 완화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원전 수출경쟁력 개선으로 이어져 수주 안정성이 보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