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누적수주 전년比 26%↑…2020년 351억달러 경신 기대고유가-고환율 여파… 중동-원전 '쌍끌이'"원자재쇼크 등 국내 마진 감소분 만회 기대"
  • ▲ 최근 현대건설이 수주한 '필리핀 남부도시철도 공사' 조감도. ⓒ현대건설
    ▲ 최근 현대건설이 수주한 '필리핀 남부도시철도 공사' 조감도. ⓒ현대건설
    해외건설 수주 300억달러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연간 50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던 2010~2014년에 비할순 없지만 적어도 2016년 이후 최대 수주액을 달성한 2020년(351억달러) 기록은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고유가 기조가 발주에 빗장이 걸렸던 중동 산유국들을 움직이게 했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들의 발주가 이어지는 데다 치솟는 환율 역시 가격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국내 건설사에 유리한 상황이다.

    20일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21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7억달러에 비해 25.9% 늘어났다. 수주 건수와 진출 국가는 같은 기간 각각 34개, 3개국 증가했다.

    이는 2018년 같은 기간 220억달러를 수주한 이후 4년 만에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2020년(182억달러)과 2021년(167억달러)에는 같은 기간 200억달러를 채우지 못했음에도 연간 총 누적 수주액이 각각 351억달러, 306억달러에 달했던 만큼 업계에서는 올해 역시 연간 300억 달러를 무리 없이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는 상반기에 펜데믹과 공급망 불안으로 뒷걸음질 치다가 해외 대형 프로젝트들이 서서히 늘어나면서 7월부터 전년대비 증가세로 전환했다.

    증가세 전환을 견인한 건설사는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7월 19억달러 규모의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공장 신축공사를 수주했다. 삼성물산은 현재 49억달러로 해외수주 1위를 기록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해외수주 증가세에 힘을 보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현대자동차의 9327만달러 규모 중국 연료전지시스템 스택 건설 프로젝트 수주권을 따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4억달러 규모의 나이지리아 와리 리파이너리 긴급보수공사를 수주하면서 하반기 실적을 올렸고, 삼성엔지니어링은 7월 말레이시아에서 발주한 6억달러 규모 쉘 로즈마리&마조람 육상 가스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현대건설도 최근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필리핀 남부도시철도 공사의 시공권을 따냈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수주액 200억달러 돌파 시기를 약 2개월 앞당겼다. 고환율과 고유가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1393.6원으로 마감하면서 2019년 3월31일(1422.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환율 상승은 국내 건설업계의 입찰 단가 경감과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져 입찰 우위를 선점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해외건설협회가 이달 초 발표한 '중동 인프라·원전 시장 현황 및 전망' 보고서를 보면 과거(1966~2021년) 국제유가와 해외건설 수주액 사이 상관계수는 0.92로 1에 가깝다. 점차 수익성 위주로 선별 수주하고 저가 출혈 경쟁을 지양하면서 상관관계가 가지는 의미가 희석됐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산유국은 예외라는 입장이다.

    정지훈 해건협 연구위원은 "산유국의 경우 균형재정 유가 대비 시장 유가가 높을 경우 발주 확대→입찰 사업 증가→경쟁 약화·우리 기업의 수주 확률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최근 80~100달러 수준의 국제유가로 인해 '오일머니'가 대거 유입되고 있는 중동 건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IHS마킷이 7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동 주요국 건설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7.8%의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와 건설업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Neom)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른바 '제2의 중동 붐'으로 불릴 정도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이르면 10월 말에 방한해 국내 주요 기업들과 네옴 프로젝트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네옴 프로젝트는 5000억달러를 투입해 사우디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이를 통해 사우디는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벗어날 계획이다.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 외에도 카타르 LNG 생산시설 확대, 쿠웨이트 세계 최대 석유화학 연구센터 건립 등도 국내 업체 수주가 기대된다.

    중동 수주액 역시 최근 증가세다. 지역별 수주액은 아시아가 83억달러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중동이 61억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중동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44억달러보다 40.0% 증가했다.

    이밖에 태평양·북미 28억달러, 유럽 25억달러, 아프리카 9억달러, 중남미 2억달러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중남미(-72.5%)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전년대비 높은 기록을 세웠다.

    최근 원전 수주도 해외건설 수주 증가 흐름에 힘을 실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중동 원자력 발전용량은 2025년까지 현재의 6배 수준인 410억㎾h로, 2030년까지는 10배 수준인 580억㎾h로 확대가 예상된다.

    실제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이집트에서 24억달러 규모의 원자력발전소를 수주했다. 이집트에서 20억달러 이상 수주한 것은 2007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한수원은 대형건설사의 해외사업 수주와 원전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고유가가 지속하고 있고 달러 강세로 국내 업체의 수주 경쟁력이 올라간 것도 해외건설 수주에 긍정적"이라며 "원가 분석에 따른 수익성 기반 선별 수주와 친환경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국내에선 원자재 가격 상승·부동산 경기 하락 등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졌는데, 해외 상황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며 "상반기 국내 건축·주택 부문 마진은 크게 줄었지만, 하반기 해외에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