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스 일부 제품 '명품' 브랜드와 디자인 유사헤지스 "2020년 브랜드 20주년 맞아 독자적 개발 패턴"업계 디자인 도용 업계 관행… K패션 발전 저해 우려
  • ▲ 헤지스 매장 전경
    ▲ 헤지스 매장 전경
    # 직장인 김 모씨는(39) 최근 온라인몰에서 쇼핑을 하다 깜짝 놀랬다. 헤지스 명함 지갑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업체의 디자인과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다. 김 모씨는 "디자인이 너무 비슷해서 놀랐다"면서 "내가 사려던 제품뿐만 아니라 가방, 지갑도 마찬가지"라며 씁쓸해했다.

    LF의 헤지스 제품이 해외 유명 브랜드와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디자인이 경쟁력인 패션 시장에서 LF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브랜드 간 정체성의 차이가 모호해져 소비자의 구매 결정 과정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20일 헤지스가 올해 선보인 카키 시그니쳐 패턴 포인트 로고 명함 지갑이 구찌 홀스빗 1955 카드 케이스 지갑과 유사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패턴 및 컬러 조합 등 소비자가 혼동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디자인이 그런거면 이해하는데 패턴까지 똑같네", "이런거 모르는 사람이면 카피 제품 사는 거잖아", "자세히 보지 않고서는 같은 회사의 제품으로 착각할 정도" 등 내용의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 ▲ 헤지스 매장 전경
    ▲ 헤지스 매장 전경
    시그니처 패턴 명함 지갑 뿐만 아니라 브라운 로고장식 면 미니토트백, 카키 로고장식 면 백팩 등도 구찌 등의 명품 브랜드 디자인과 닮아있다.

    에르메스, 프라다, 셀린느 등을 연상케하는 제품도 다수 있다. LF 헤지스에서 지난해 선보인 블랙 나일론 혼방 스몰 버킷백은 프라다 버킷백으로 불리는 스테디셀러 프라다 듀엣 리나일론백을 연상케했다.

    LF 관계자는 "해당 헤지스 제품의 디자인은 지난 2020년 헤지스 브랜드 탄생 20주년을 맞아 헤지스의 H를 모티브로 해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헤리아토(HARIATO) 패턴이 적용됐다"면서 "디자인과 관련해 법무팀 등과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리아토는 패션업계에서 로고를 활용한 패턴이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핵심 장치로 부상함에 따라 20주년을 맞은 헤지스의 가치와 헤리티지를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해외 CD 나타샤 드마이어가 작업을 맡았다. 
  • ▲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LF헤지스 제품과 구찌 제품 비교
    ▲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LF헤지스 제품과 구찌 제품 비교
    패션업계의 유사 디자인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만 살펴보면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른 숏패딩은 물론 어글리 슈즈, 플리스 재킷 등 유사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업계는 디자인 도용이 사실상 업계 관행이라고 전했다. 명품이 유행을 선도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참고하며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가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으면 참고할 수밖에 없다"며 "똑같이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디자인 도용 사례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사례가 소수라는 점이다. 법적 분쟁까지 이어진 건 LF(당시 LG패션)가 2013년 영국 명품 버버리 고유의 체크무늬를 셔츠에 사용했다가 소송 당해 3000만원을 지급한 경우가 유일하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자사 디자인과 상표권을 지키기 위해 법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지만 명품 카피캣(미투 제품)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자사 브랜드에 이미지에 훼손될 경우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고질적인 디자인 도용은 K패션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하기 보다는 원조격 제품의 디자인을 미투 제품처럼 따라해 단기간 매출을 올리려는 경향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며 "결국 국내 패션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