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매매가격지수 103…21개월만에 하락거래량 20% 줄고 '억대' 웃돈서 '무피'로 전락전세금 반환보증보험 사고, 570억…작년 수준 넘어
  •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220511 ⓒ연합뉴스
    ▲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220511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아파트 대체재로 꼽혔던 수도권 오피스텔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거래량이 줄면서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21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고,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면서 '깡통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다.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103.62로 집계됐다. 매월 평균적인 매매가격 변화를 측정하는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103.67에 비해 대비 0.05p 감소한 수준으로, 2020년 11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꺾였다.

    통상 주택 시장에서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체재' 역할을 하는데, 대출 규제와 가파른 금리 인상 속도에 아파트 시장이 꺾이면서 후행 성격이 강한 비아파트인 오피스텔도 하락 흐름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까닭은 기준금리 인상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지난해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투자·실수요가 오피스텔 시장으로 번졌던 것처럼 금리 인상으로 위축된 매수심리가 아파트에서 오피스텔로 번지는 모습"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나오고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지금보다 높은 가격에 오피스텔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상대적으로 자유롭던 오피스텔 담보 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으로 올해부터 오피스텔과 주상복합, 상가, 빌딩 등 비주택 담보 대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6월까지는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어설 경우 대출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로 제한됐고, 7월부터는 총대출액 기준이 1억원으로 강화됐다. 오피스텔을 매입할 때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크게 낮아진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DSR 규제가 강화된 이후에도 곧바로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대출 규제가 확대 적용되고 금리 인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로 눈을 돌려 오피스텔 시장의 열기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오피스텔 매매시장은 거래량이 감소하고 매수심리도 쪼그라들었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건수는 모두 2만5961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3만1859건보다 18.5%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역시 102.75로 한 달 새 0.07p 떨어졌다.

    경기 과천시 별양동에 들어서는 한 오피스텔의 경우 웃돈이 없는 '무피' 매물도 등장했다. '로또'로 불린 이 오피스텔은 지난해 12만명이 청약하면서 일대 부동산 시장을 뒤흔든 바 있다.

    '억대 웃돈'까지 붙었지만, 이제는 거품이 대부분 빠진 데다 나왔던 매물들은 장기간 거래조차 없는 상태다. '무피' 매물뿐만 아니라 기존 웃돈에서 수천만원 하락한 분양권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근 A공인 대표는 "오피스텔 주인이 DSR 등 대출 관련 문제로 웃돈 없이 내놓은 매물"이라며 "'무피'로 매물을 내놓은 이후 일부 수요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시장이 위축되면서 청약 인기도 시들하다.

    최근 서울에서 분양한 강서구 화곡동 '한울에이치밸리움 더하이클래스'는 63가구 모집에 54명(0.9대 1)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이 단지를 포함해 8월에 분양한 수도권 오피스텔 15개 단지 가운데 9개 단지는 공급물량보다 청약자 수가 적은 미달을 기록했다.

    오피스텔 매매가격이 내려가면서 '깡통전세' 경고등도 켜졌다. 수도권의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은 85.61%로, 전국(84.87%)과 지방(81.81%) 전세가율을 웃돌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이 69.4%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격차는 뚜렷하다.

    특히 인천은 86.87%로 세종(92.71%)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전세가율을 나타냈으며 3위를 차지한 경기는 86.86%로 5월 86.64%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서울의 경우 84.17로 상대적으로는 낮지만, 서남권 전세가율은 87.12%에 달했고 서대문·은평·마포가 위치한 서북권도 85.64%로 두 달째 상승했다.

    반면 오피스텔 수익률은 수도권이 4.61%로 전국 평균(4.78%)을 밑도는 가운데 △대전 6.94% △광주 6.26% △세종 5.40% △인천 5.13% 순으로 높았으며 서울이 4.28%로 가장 낮았다. 여기에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상환 부담도 커지면서 실제 임대수익률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피스텔 집주인이 전세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보증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오피스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사고 건수는 모두 291건(570억원)으로 집계됐다.

    오피스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사고 건수는 지난해 1년간 발생한 사고 금액(303건, 566억원)을 넘어선다. 이 추세라면 올해 사고 건수와 금액 모두 지난해의 곱절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파트, 다세대주택과 비교하면 오피스텔 보증사고가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 7월까지 오피스텔 보증사고 금액이 이미 지난해를 넘어섰지만, 같은 기간 다세대주택의 보증사고 금액(2474억원)은 지난해(3469억원)의 71.3% 수준이다. 아파트의 보증사고 금액은 1077억원으로 지난해(1496억원)의 72.0%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지만, 매수심리가 극심히 악화하자 영향을 받고 있다"며 "최근 3~4년 치솟은 아파트값에 부담을 느낀 젊은 층 수요가 꾸준했으나, 거래량 감소가 동반하면서 오피스텔 가격도 하락 전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