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한국 컨트롤타워 부재로 대응 어려워외교 정책도 우려… "한국 진보, 대북 관여 정책 중시"주요 외신 등 한국에 경고… "트럼프 1기 트라우마 재발"
  • ▲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이 한 달 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계엄·탄핵 정국을 맞은 한국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25일 주요 외신과 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계엄·탄핵 정국에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한국을 일방적으로 휘두를 수 있다는 전망이 지속 제기된다.

    우선 미국 의회 산하 싱크탱크인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CRS)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한국이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23일(현지 시각) 공개했다. 1914년 설립된 CRS는 미 입법부의 싱크탱크로 의회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CRS는 보고서 첫 문장부터 "2024년 12월 한국은 북한과 중국, 일본,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포함해 미국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 정책 입안자들과 의회가 직면한 질문 중 하나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시행하면서 주한미군사령관 등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게 동맹 조율 상태에 대해 우려할 만한 상황인지 여부"라고 꼬집었다. 한국에서 발생한 계엄과 탄핵 과정을 통해 한미 동맹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칠 지정학적 영향 등을 되짚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CRS는 "향후 미 차기 행정부가 관세와 주한미군 규모, 반도체 및 기타 기술 분야 정책, 한미 방위비 분담 협정 수정·철회 등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변화들을 추진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서울(한국 정부)은 자국 입장을 주장하는 데 불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경제와 외교안보 측면에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해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하에 있는 한국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풀이다.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주요 외교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CRS는 윤 대통령이 강조해 온 '억제 중심' 대북 강경책에 대해 "한국 진보 진영은 대북 관여 정책을 더 중시한다"며 "윤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동맹 네트워크에 한국을 통합시키고자 했지만, 진보 진영은 이를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대(對)중국 정책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중국에 공개 비판할 의지가 있었으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러한 접근법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대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관계 확장도 "윤석열 정부 외교 정책의 핵심"이라면서도 "이 대표는 이러한 접근을 '수치스럽다'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해당 보고서는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주한미군 규모,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과 관련해 강한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불법 계엄 선포 이후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한국이 일방적으로 휘둘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영국 유력 경제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도 24일(현지 시각)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한국 기업들이 대응체계 미비로 인한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동맹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관세 부과와 보조금 재검토를 위협하는 가운데 한국은 정치적 혼란으로 트럼프 당선인에 대응할 정책에 구심점이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한 기업 관계자는 FT에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할 때 정부에서 우리를 대변해줄 사람이 없다"며 "지금 당장 투자를 철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인질로 잡혀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미국의 무역적자에 민감한 트럼프 당선인이 올 상반기 사상 최대 대미 무역흑자 287억달러를 기록한 한국을 겨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주요 경제단체 임원은 FT에 기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트럼프 당선인과 그 측근들의 마음을 흔들기에는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임원은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과 면담하면서 '한국이 최대 투자국이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어필하려 했으나,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더 관심이 있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여한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FT에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도 서울에서는 공황에 가까운 불안이 느껴졌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한국의 당국자들과 기업인들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여 전 본부장은 "우려가 일부 과장된 부분이 있다"면서 "한국이 미국 제조업의 재건에 이바지하고 있음을 여전히 다른 나라들보다 더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