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홍보 위해 4년 스폰서십 체결가입비 미납 논란에 오히려 이미지 타격1400억 적자 기업 과도한 마케팅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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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롯손해보험이 부실 운영 의혹을 받는 프로농구단에 '네이밍 스폰'을 했다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누적 적자가 1400억원이 넘는 형편에도 브랜드 홍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지만 '고양 캐롯 점퍼스'가 가입비 미납논란에 휩싸이면서 되레 이미지만 손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지난 8월 데이원스포츠가 운영하는 남자 프로농구단과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경기도 고양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농구단으로 구단명은 '고양 캐롯 점퍼스'로 지어졌다. 계약기간은 4년,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구단주는 '농구 대통령'이자 최근 예능인으로 맹활약 중인 허재가 맡았다.

    당시 캐롯손보는 브랜딩 영역 확대 및 인지도 제고를 위해 네이밍 스폰서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보험사로서 MZ세대 위주로 구성된 스포츠 팬들을 타깃으로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캐롯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데이원스포츠가 한국프로농구연맹(KBL)에 가입비(15억원)를 제때 납부하지 못하면서 시작부터 꼬였다. 데이원스포츠는 가입비 1차분 5억원의 첫 납부기한(7일)을 지키지 못했고, KBL측의 최후통첩일(13일) 전날인 12일 오후가 돼서야 납부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캐롯 점퍼스'는 당장 15일부터 시작되는 프로농구 2022~2023시즌에는 참여가 가능해졌으나, 가입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남은 가입비 10억원은 내년 3월 말까지 내야 하는데, 데이원스포츠의 그간 행보를 고려하면 납부 여부가 불투명하다.

    네이밍 스폰서인 캐롯손보 입장에선 '캐롯 점퍼스'의 리그 참여가 가능해진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허나 시작부터 회사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고, 데이원스포츠의 농구단 운영 능력에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점에서 캐롯손보가 애초에 예상했던 마케팅 효과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적자 회사가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붓다가 된서리를 맞았다"는 비판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캐롯손보는 지난 2019년 출범한 이후 누적 적자가 1449억원에 달한다.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RBC비율도 6월 말 기준 149.1%를 기록해 금융당국 권고치(150%)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업계 내에선 안타깝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을 필두로 디지털 보험사들 간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 야심차게 추진한 마케팅 전략이 도리어 화가 됐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뢰가 생명인 보험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번 캐롯손보의 이미지 타격은 상당히 치명적일 수 있다"며 "여기에 리그 성적마저 나쁠 경우 추가적인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데이원스포츠와 KBL의 협의가 원활히 진행돼 '고양 캐롯 점퍼스'가 정규리그를 잘 치르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