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백업체계 부재, 자체 서비스 대다수 장애빠르게 복구된 네이버… 자체 IDC 없는 카카오와 대조이원화 시스템 부실 및 재난 대응 매뉴얼 미흡 지적 잇따라
  • ▲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 ⓒ연합뉴스
    ▲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 ⓒ연합뉴스
    국내 대표 IT 기업인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가 지난 주말 한순간에 멈췄다. 카카오 서비스를 사용하는 400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전례 없는 사고에 큰 불편을 겪은 가운데, 카카오의 허술한 재난 대응 매뉴얼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SK C&C 데이터센터의 화재가 1차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실시간 백업체계를 갖추지 못한 카카오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지난 주말 먹통이 됐다. 해당 현상은 18시간가량 이어졌고 몇몇 서비스들은 아직까지도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 C&C 데이터센터는 카카오가 입주한 4개 데이터센터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서버 3만 2000여대가 들어가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이원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서비스의 경우 여러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분산해 비상상황에 대비한다. 화재나 지진을 비롯한 천재지변에 특정 데이터센터가 작동을 멈춰도 다른 데이터센터에서 백업 시스템을 가동해 서비스를 재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카카오의 이원화 시스템은 이번 화재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카카오 측은 데이터를 판교와 안양을 비롯해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먹통 현상은 일부 서비스에서 지속되고 있다.

    특히, 같은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둔 경쟁사 네이버와 비교되면서 더 큰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역시 쇼핑, 스마트스토어 등 일부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했지만, 이원화 시스템을 통해 빠르게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네이버 측은 “일부 기능 제한이 있었지만 데이터센터를 이원화해 운영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자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유무가 이 같은 차이를 발생시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강원도 춘천에 메인 서비스 서버를 둔 자체 데이터센터 ‘각’을 보유하고 있다. 세종에 구축하고 있는 제2 데이터센터 ‘각 세종’은 내년 완공 예정이다.

    반면, 카카오는 아직까지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10년 전과 달라진 점이 없는 이원화 시스템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12년에도 IDC 전력장애로 카카오톡 서비스가 중단된 바 있다. 당시 카카오는 “어서 돈을 많이 벌어서 대륙별로 초절전 데이터센터를 분산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특정 IDC 한 곳에 서비스 자체가 영향을 받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 6조 1000억 원, 영업이익 5900억 원을 기록했다. 중견기업에 가까웠던 10년 전에 비해 국내 대표 IT 기업으로 거듭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걸맞은 서버 유지 보안에 투자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측이 이원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제대로 작동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상 이원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난 대응 체계를 재점검하는 등 국민 메신저에 걸맞은 공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