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운송노조 "교통체증-회전수 급감"…또 파업석달만에 운송 거부… 재건축·재개발 등 일부현장 공급 '뚝'건설사들 "일부현장, 웃돈 얹어 조달…장기화시 차질 불가피"
  • ▲ 서울 시내 한 레미콘 공장. 220901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레미콘 공장. 220901 ⓒ연합뉴스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서울시내 운행을 거부하면서 서울도심 건설현장이 올스톱될 상황에 직면했다. 집단 운송 거부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공사기간 지연에 따른 건설사 손실은 물론 입주자들의 피해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운송노조 소속 수도권 5개 지부는 이달 1일부터 서울 사대문내 등 도심권에 레미콘 운송을 거부하고 있다.

    레미콘운송노조는 그동안 수도권 5개 지부가 서울시의 운행 통행 제한 시행을 비롯한 불평등한 근무 조건에서도 불법을 감수하며 서울 사대문과 밀집 지역에 레미콘을 운송해왔지만, 주력 업체(삼표레미콘 성수공장)가 사라지고 교통 체증, 회전수 급감 등의 상황으로 조합원들의 피로도가 증가해 더 이상 운송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레미콘운송노조 지난달 건설사들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노조 측은 "건설공사의 핵심 자재인 레미콘은 만들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굳기 때문에 공장 출하 후 1시간~1시간 30분 안에 건설 현장에 공급돼야 하는데 동남·북 주변 교통체증과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통행 제한 시간 등 시내 진입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레미콘 믹서 트럭 1만여대를 운행하는 레미콘운송노조 소속 6000여명이 운송을 거부하면서 건설업계에서는 막심한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서울 시내 일부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는 이미 레미콘 공급이 막히면서 공사 자체가 끊기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호반건설이 진행 중인 용산구 국제빌딩 5구역 정비사업과 그 외 일부 이촌동 주거단지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서 최근 골조작업이 중단됐다. 또 대우건설이 을지로 세운지구에 짓고 있는 주거단지와 계룡건설산업이 진행 중인 한국은행 통합별관 공사도 일부 공정이 멈춰 선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건설사의 경우 레미콘 믹서 트럭 기사들에게 6만원가량의 웃돈을 줘가며 고육지책으로 물량을 조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이번 주부터 대부분 서울 도심 공사 현장으로 피해가 확산할 전망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다른 곳으로 조달처를 바꾸거나 레미콘 믹서 트럭 기사들에게 웃돈을 줘가며 울며 겨자 먹기로 레미콘을 조달받고 있다"고 말했다.

    애꿎은 피해를 받는 건설사들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당장은 레미콘 운송 거부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공사 차질이 확산할 수 있다고 본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이미 회당 운반비를 인상키로 협상을 끝내고 나서 노조와 직접 협상할 권한도 없는 건설사를 상대로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는 건 황당한 일"이라며 "공사가 지연되면 피해가 크기 때문에 노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제대로 말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운송노조는 7월 한국레미콘공업협회 등과 운송료 인상을 협상한 끝에 현행 5만6000원인 수도권 레미콘 1회 운송료를 2024년까지 6만9700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안에 합의한 바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운송료를 일부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이 경우 레미콘협회 측의 방침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견건설 C사 관계자는 "레미콘 운송비는 차주들과 레미콘 업계가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이고, 이미 석 달 전 인상률까지 합의한 사안인데 건설사를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운송 거부가 장기화하면 전체 공사에 차질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철거된 삼표 성수공장의 생산능력은 1080㎥/hr로, 시내 레미콘 생산기지 중 가장 컸다. 서울 시내에서 현장을 운영하는 대부분 도시 정비사업지는 레미콘의 상당 부분을 동부간선도로 바로 옆에 있는 삼표 성수공장에 의존해왔다.

    공장 철거로 시내 레미콘 생산 설비는 천마콘크리트 세곡공장(720㎥/hr), 신일씨엠 장지공장(720㎥/hr), 삼표 풍납공장(420㎥/hr) 등 세 곳만 남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수공장이 서울 사대문 안 현장 수요의 60%를 책임져왔던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경기와 인천권 공장에서 물건을 가져오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 만성적인 레미콘 공급량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