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EEI 기준 강화… 에너지 소비 큰 8K TV 불똥"8K 최대 시장인데… " 삼성 등 사업자들 울상8K협회 "비현실적 조치, 산업 다 죽일것" 비판 불구 입지 쪼그라들어
  • ▲ 삼성 네오 QLED 8K ⓒ삼성전자
    ▲ 삼성 네오 QLED 8K ⓒ삼성전자
    최고의 화질로 꼽히는 8K TV가 제대로 시장 개화도 해보지 못하고 종말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최대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 에너지 소비 관련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당장 내년 3월부터 판매가 막힐 수 있게 됐다. 8K협회를 비롯해 가뜩이나 판매 부진으로 시름이 깊은 TV업계에선 시장을 죽이는 처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는 에너지 위기에 따른 대책으로 내년 3월 1일부로 에너지효율지수(EEI) 기준 강화에 나선다.

    이에 따르면 유럽시장에서 판매되는 8K TV와 마이크로LED TV 같은 고화질 TV 전력 소비 기준이 문제가 된다. 새 규정에선 55인치 8K TV의 경우 최대 84와트(W) 전력을 소비할 수 있다고 제한되고 65인치는 112W, 75인치는 141W를 소비하는게 최대치다.

    기존까지 유럽시장에서 8K TV는 전력 소비 한도를 면제 받았다. 그래서 현재 판매하고 있는 8K TV 대부분이 신규로 적용되는 기준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으로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 8K TV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65인치 8K TV의 경우 거의 300W의 전력이 사용되는데 새 규정에 비교하면 두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유럽의 조치로 최대 사업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8K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중국업체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8K TV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지만 당장 8K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 판매길이 완전히 막히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8K 시장 리더인 삼성전자가 연간 판매하는 8K TV는 글로벌 시장 기준 30만 대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 중 유럽은 북미와 함께 프리미엄 TV 시장을 견인하는 주요 시장으로 꼽히는데, 그 중에서도 8K TV 판매 비중이 북미 못지 않게 높아 연간 10만 대 가량이 판매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8K TV 3대 중 한대가 팔려나가는 최대 시장에서 제품 판매가 불가능해지면서 가뜩이나 지지부진했던 8K TV 시대가 사실상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17년 꿈의 화질이라 불리며 TV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8K TV는 지난 5년 동안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을 이어왔지만 막상 8K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한계에 막혀 예상보다 시장 개화가 더딘 상황이었다.

    8K 시장 성장을 위해 삼성이 중심이 돼 구성된 '8K협회(8K Association)'에서도 이 같은 EU의 결정에 대해 "비현실적 조치"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8K협회는 지난 9월 EU의 새 규정에 대한 성명을 내고 "8K 혁신을 누릴 수 없어 소비자도 피해를 보고 8K 생태계를 개발하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최악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8K 생태계에서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원하지만 8K 기술 발전과 현실 상황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전력 소비 목표를 재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1등인 삼성을 비롯해 LG전자도 이 같은 EU 조치에 대해 아직은 상황을 주시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TV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로 한창 판매량을 확대하다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올들어 TV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 첨단에 있는 8K TV 마저 악재를 맞게 되며 엎친데 덮친 격이라는 한탄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