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혁신계획 일환… 이달 확정될 듯 산은, 대우건설·조선 이어 추가 매각수은, 출자기업 정리… 기은, 점포 정리
  • 국책은행이 보유한 기업지분이 대거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계획의 일환으로 KDB산업은행은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한국지엠(GM), KDB생명 매각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은 전국 6개 점포를 순차적으로 문을 닫고, 수출입은행은 대한전선, 흥아해운 등 출자회사 정리에 나선다. 

    1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계획을 전수 분석한 결과 350개 공공기관은 오는 2027년까지 총 22조5850억원 규모의 자산과 지분을 처분하게 된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공공기관 자산 매각 계획안을 확정해 공식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국책은행의 맏형으로 꼽히는 산업은행은 한국GM 지분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 산은이 한국GM의 지분 매각 방침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산은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2018년 한국GM 구조조정 과정서 2028년까지 산은이 지분을 보유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이번 계획안에는 구체적 매각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산은은 지난 2002년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는 과정서 GM대우 지분 29.9%를 확보했고 현재는 17.02%로 지분율이 낮아진 상태다. 산은이 한국GM의 지분 매각에 나서기로 한 데는 지금껏 8000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투입했으나 한국GM의 적자구조가 해소되지 않자 지분 매각 시점을 앞당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석훈 산은 회장 역시 지분 매각에 적극적이다. 한화그룹에 매각이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강 회장이 취임한 이후 급물살을 탔다. 그는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서 대우조선의 앞날을 두고 '빠른 매각'을 거듭 강조했다. 적자 늪에 빠진 대우조선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앞으로 산은의 기업 구조조정의 방향 키가 속도전에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특히 강 회장은 "산은이 대주주로 있는 시스템이 이제 효용성이 다하지 않았나 판단한다"면서 "새로운 경영 주체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대우조선을 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HMM도 산업은행의 주요 매각대상으로 꼽힌다. 산업은행은 HMM 1대 주주로 지분 20.69%를 보유하고 있다. HMM 시가총액이 10조원에 달하는 만큼 오는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지분 축소에 나선다는 방침이라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해운 경기 악화로 해상운임이 하락하면서 HMM 매각 시점을 실기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HMM의 국내 인수 후보로는 현대차, 포스코 등 대기업 등이 거론된다. 

    KDB생명 매각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달 중으로 입찰 공고를 낼 전망이나 고금리 속 단기 유동성시장 위축에 따라 금융시장이 빙하기에 들어가며 금융 M&A 시장이 꽁꽁 얼어 붙었다. 

    산은 뿐만 아니라 다른 국책은행도 몸집 줄이기에 잰걸음이다. 기업은행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전국에 6개 점포를 매각하기로 했다. 또한 올 하반기부터 3개 출자 회사를 정리해 총 1194억원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수출입은행은 2024년까지 대한전선, 흥아해운 등 출자회사를 정리하고, 자체 보유 중인 부동산, 콘도, 차량 등을 매각해 총 1708억원의 자금을 회수할 예정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기가 하향 국면에 들어서면서 기업들도 긴축에 들어간 상황인데 정부가 매각에 성공할 지 미지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