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금리 갈 길 멀다"… 파월 메시지 찬물금리추격중인 韓 부담 가중기준금리 4% 불갚피… 신용·주담대 10% 전망
  • ▲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연합뉴스
    ▲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으로 우리 통화당국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고강도 긴축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을 분명히 하면서 한국은 선택지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0.75%p 인상했다. 참여위원 12명 만장일치였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3.75~4.0%로 올라섰고, 한국과의 금리차는 최대 1%p로 벌어졌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완전고용과 2% 인플레이션 목표를 장기간에 걸쳐 달성할 것"이라며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기조 달성을 위해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기대됐던 속도조절론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을 내놨지만, 피봇(pivot·방향전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적절한 금리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제법 멀다고 생각한다"며 "9월 회의 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통화정책이 제약적인 구간으로 깊숙히 진입함에 따라 인상속도를 늦춰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내년 최종 기준금리가 9월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전망을 나타낸 도표)에서 제시된 4.6%를 넘어 5%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금리인하 시점도 내년 연말까지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매파적인 발언으로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시티은행은 최종금리 수준을 5.25~5.5%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연준이 제시한 최종금리는 한국은행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0.5%p 인상하는 빅스텝 단행 직후 기자회견에서 "최종 기준금리를 3.5%로 보는 시장 기대치에 대해서 다수의 금통위원이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고, 이보다 낮게 보는 위원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은도 추가 금리인상 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파월 의장의 최종금리 수준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높고 금리인상 중단에 대해 매우 시기상조라고 발언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연준의 강력한 의지가 재확인된 만큼 향후 통화정책 긴축 지속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역사상 한은이 용인가능한 한미 금리차가 1%p였다는 점을 들어 내년 기준금리를 4%까지 인상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 총재도 앞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보다 금리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시작된 지난 7월부터 극심한 외환시장 불안을 겪었다는 것도 금리인상을 전망하는 근거다.

    한은 기준금리가 4%대로 올라서면 대출금리 상승세도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이미 7%대에 진입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최고금리는 8%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어 내년에는 9~10%대를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긴축국면에선 시장 자체적으로 더 긴축적인 태도를 취하게 해 시장금리와 기준금리가 큰 폭의 차이를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