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조세소위원장 자리 놓고 충돌…소위 구성 아직 11월 수백건 세법 심의해야하지만…시작도 못해 세법은 예산부수법안, 12월2일 예산안과 함께 처리해야
  • ▲ 지난해 11월19일 열린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 회의.ⓒ연합뉴스
    ▲ 지난해 11월19일 열린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 회의.ⓒ연합뉴스
    팍팍한 살림살이에 어떻게 하면 있는 있는 자금을 십분 활용해 자녀를 잘 먹이고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부모의 고민은 당연한 것이다. 효율적인 지출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계살림을 꾸려나가는 기본이지만 가계보다 규모가 더 큰 국가살림을 운영하는데도 이런 기본도 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국회'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3고(高)에 국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예산안 처리에 한달밖에 시간이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국회는 세법 심의를 하지 않은 채 손놓고 있는 모양새다.

    예산안을 처리하려면 부수법안이 반드시 같이 처리돼야 한다. 세법은 부수법안에 속한다. 국회는 통상 매년 11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주 3회씩 한달간 세법을 심의한뒤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인 12월2일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같이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 

    법정처리시한까지 한달밖에 남지 않은 셈이지만 여야는 현재까지 조세소위원회 구성도 하지 않았다. 지난 7월부터 조세소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서로 차지하겠다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재위원장을 국민의힘에서 맡고 있기 때문에 조세소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의석을 다수 차지, 원한다면 법안을 반대할 수 있기 때문에 조세소위원장 자리를 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한치 양보도 없이 대치를 지속하면서 11월을 맞게 됐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기재위만의 문제가 아니란 점이다. 민주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등으로 여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타 상임위 소위도 멈춰버렸다. 여야 원내 지도부가 정치적으로 담판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기재위 여야간사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2018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관련 통계청이 가계동향조사를 입맛대로 한다는 이유로 야당이 예산삭감을 주장하면서 조세소위는 기약없이 미뤄졌다. 결국 11월30일이 되서야 조세소위가 열려 급하게 세법을 심의했고 예산안은 법정처리시한을 넘긴 12월8일날 통과됐다. 당시 조세소위는 수백건의 세법을 1회독만 해 졸속심사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세법은 국민과 국가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졸속으로 심사하기에는 세법에 걸린 오천만 국민들의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기재위 내부에서는 "10년전에는 여야가 싸우면서도 기재위만은 일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점잖은 상임위, 남들 다 놀아도 할 일은 하는 상임위라는 별칭을 가졌던 기재위의 무게를 다시금 생각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