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간 시너지·빠른 의사결정 등 효율성 제고 목적3년간 순익 50% 주주 환원 방침 밝혀3사 주가 상한가 직행…대체로 긍정적 평가
  • 메리츠금융그룹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깜짝 발표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미래 투자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증권가에선 이번 결정으로 동시 상장 문제로 발생하는 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그룹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전환한다고 지난 21일 공시했다. 

    '포괄적 주식 교환'은 자회사의 주식 전부를 지주회사에 이전하고 이를 재원으로 지주회사의 주식을 발행해 자회사의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이사회 결의, 계약 체결, 주식 교환 이전 신고서 제출, 주주총회 소집·특별결의를 거쳐 주식 교환 이행이 이뤄진다.

    현재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지분을 각각 59.5%, 53.4% 보유하고 있다. 교환가액은 금융지주 2만7132원, 화재 3만4342원, 증권 4109원으로 정해졌다. 메리츠증권 보통주식 1주를 가진 주주는 메리츠금융지주 0.1607327주를 받는다. 메리츠화재는 1주당 메리츠금융지주 1.2657378주를 받는다. 

    이번 결정으로 메리츠금융지주는 단일 금융 상장사로 바뀐다. 주식교환 계약 승인은 각각 내년 1월 5일, 3월 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주총을 거쳐 주식교환이 마무리되면 화재와 증권은 비상장사로 전환되고, 메리츠금융지주만 상장사로 남는다.  KB·신한금융 등 은행계 금융지주와 같은 구조가 되는 것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앞으로 최소 3년 이상 당기순이익의 50%를 배당금,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각사의 최근 3개년 주주환원율 평균(지주 27.6%, 화재 39.7%, 증권 39.3%)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회사 측은 메리츠화재와 증권의 수익성을 바탕으로 자본 배분을 효율화해 그룹 전반의 재무 유연성을 발휘하고, 증권의 딜 소싱 능력과 화재의 장기 투자 구조를 결합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금리 상승기에는 보험사 순이익이, 금리 하락기에는 증권사 순이익이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

    김용범 지주 부회장은 지난 21일 기업설명회(IR)에서 "3사가 상장된 상태다 보니 임직원들이 커뮤니케이션할 때 내부자 정보 등 사전에 컴플라이언스 체크를 받아야 해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웠다"며 "최근에는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기에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이같은 비효율을 제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번 포괄적 지분 교환과 관련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주주 지분 승계 연관성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김 부회장은 "과거에도 조정호 메리츠지주 회장이 기업 승계를 안 하겠다고 천명했고, 실제로 포괄적 주식 교환 후 조 회장의 지분율은 오히려 낮아져 경영권이 현저히 약해진다"며 "대주주의 지분 승계 계획이 없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다"고 밝혔다. 실제 신주 발행과 포괄적 교환 후 조 회장의 지주 지분율은 현 75.8%에서 약 47%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해 상충 문제 해소"…깜짝 발표에 주가 '상한가'

    전문가들은 동시 상장 문제로 발생하는 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핵심 사업부 분할에 따른 모회사 기업가치 하락 및 모자회사 동시 상장에 따른 더블 카운팅 등 자회사 분할 상장 관련 논란들이 연이어 제기되는 가운데 오히려 3개 상장사를 하나로 합치는 결정은 최근 자본시장 트렌드와 정반대되는 행보"라면서 "이번 결정은 무엇보다 소액주주와 대주주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도 메리츠지주의 결정에 긍정적인 평가를 보내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10시10분 기준 메리츠금융지주(29.91%), 메리츠증권(29.87%), 메리츠화재(29.69%) 주가는 동시 급등 중이다.

    회사의 이번 결정으로 기업가치가 8조원대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재와 증권의 완전 자회사 편입을 근거로 기업가치 8조원을 제시한다"며 "전일 시가총액 3조4000억원 대비 134% 상향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업가치 8조원을 향한 주가 랠리가 예상되나 중장기적으로 신주 발행에 따른 점진적인 주가 희석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단기 주가 상단은 신주 발행분을 제외한 주당 순자산가치(NAV) 6만300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지배주주의 자본도 총 자본 대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강승권 KB증권 연구원은 "신주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자회사 소액주주 지분을 매입하는 것으로 비지배주주 지분이 지배주주 지분으로 전환되는 효과까지 반영될 것"이라며 "증자 이후 주당장부가치(BVPS)는 3만6635원으로 큰 폭 증가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주주환원 부분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메리츠금융 주가가 이미 PBR 1배 이상에 형성돼 있어 주주환원정책이 현재와 같이 자사주 매입소각 위주로 진행될 경우 낮아진 대주주 지분율은 빠르게 상승할 수 있으나 소액주주 가치제고 효과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며 "고배당 정책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