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증권가 10대 뉴스] 혼란과 위축 속 내일을 기약

2022년 증권가는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주식 시장이 좀처럼 부진을 탈출하지 못한 가운데 강원도 레고랜드 디폴트(채무불이행) 여파로 채권 시장마저 마비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대체거래소 준비법인이 출범하고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되는 등 금융투자업계 숙원 사업들이 본격화된 한해이기도 했다.

강원도가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사업 추진을 위해 채무 보증을 약속한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기업회생 신청을 선언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채권시장이 마비됐다.

강원도는 앞서 GJC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20년 BNK투자증권을 통해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할 때 채무 보증을 섰다.

그러나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 9월 28일 GJC에 대한 기업회생 신청 방침을 발표한 이후 채권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사업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졌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급히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을 골자로 하는 자금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또 9개 대형 증권사는 각각 500억원씩 총 4500억원을 각출해 '제2 채안펀드'를 설립했다.

GJC는 지난 12일 BNK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2050억원을 모두 상환했으나, 그로 인해 발생한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는 모습이다.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케이프투자증권은 법인영업부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는 등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주식 시장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투자자예탁금 감소세로 이어졌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투자자예탁금 평균액은 46조6745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9465억원(4%) 감소했다. 이는 2020년 7월(47조7863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예탁금 감소는 증권사들의 실적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9개 증권사의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438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8% 급감했다.

증시 부진 및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수탁 수수료 및 투자은행(IB) 부문 수수료 등이 감소함에 따라 증권사 영업실적에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금리 하락기에 강세를 보였던 성장주는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 특히 국내 대표 성장주인 네이버와 카카오 그룹주는 코스피지수보다 부진한 성과를 냈으며, 이에 따라 시가총액 상위권 순위도 요동쳤다.

지난해 말 코스피 시총 3위였던 네이버는 상반기엔 7위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국민주에 등극한 카카오는 5위에서 현재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의 영향이다. 금리 인상이 악재가 되는 성장주의 특성상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펀더멘털(기초체력)의 하락이 성장주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성장주의 실적 개선 기대가 낮아진 만큼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주식과 파생상품, 펀드 등의 매매를 통한 소득이 연 5000만원을 넘으면 최고 27.5%(지방세 포함)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2년 유예안이 좀처럼 타결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올해 증시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정부가 2년을 유예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정치권의 지지부진한 정쟁이 이어지면서 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이에 금융투자협회와 31개 증권사는 공동성명을 내고, 금투세 도입 유예를 정치권에 호소하기도 했다. 최근 불확실한 주식·채권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대대적인 세제 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여야는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주주 양도세 완화 논의는 매듭짓지 않은 상태다. 현재 여야는 대주주 양도세 종목당 보유액 요건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하는 정부안을 두고 논의 중이다. 

증시 부진 속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상장을 준비 중이던 기업들이 줄줄이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당초 올해 상장을 진행 중이던 SK쉴더스, 원스토어, CJ올리브영, 라이온하트스튜디오, 골프존커머스, 현대오일뱅크, 현대엔지니어링 등은 상장 일정을 철회했다.

연내 시기를 저울질하던 케이뱅크, 컬리, 골프존카운티 등은 내년 상장을 기약하고 있다. 다만 이마저도 상장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장이 냉각되자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내면서 제값을 받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상장 철회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금리가 상승하고 주가가 급락하자 주식 투자자들은 고금리 상품을 찾아 빠르게 이동하는 역(逆) 머니무브 현상을 보였다. 

이는 지난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에 따른 금리 인하로 은행에 있던 돈이 금융투자시장으로 몰려든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금리 영향으로 지난 10월 예·적금 규모는 46조원 가량 늘어나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편제된 2001년 12월 이후 역대 최대다.

한편 금융당국이 지난달 예금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면서 예금금리는 다시 뒷걸음질 치는 움직임이다. 현재 연 5%대 은행 예금상품은 2~3개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역 머니무브가 주춤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자산운용사를 아우르는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이 이번 주 결정된다. 협회는 이달 23일 오후 3시 선거를 통해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선정된 세 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최종 후보자로는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 서유석 전 미래에셋운용 대표 등 3인이 선정됐다. 

투표는 공정성과 정확성, 신속성 등을 고려해 한국전자투표(kevoting)의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득표 2인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제6대 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3년간이다. 협회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거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올해 본격 도입됐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다른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미리 정한 방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지난해 12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에 통과됨에 따라 정부는 올해 7월 12일 퇴직연금 시장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연금 사업자는 고용노동부 승인을 받아 디폴트옵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제도는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DC형과 개인이 퇴직연금 전용 계좌에서 직접 운용하는 IRP형에 한해 적용된다.

DC와 IRP 가입 근로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38개 퇴직연금사업자가 총 318개의 상품을 제안한 결과 고용노동부의 심사에 통과한 상품은 259개로 집계됐다. 승인율은 81%로, 나머지 59개 상품은 승인받지 못했다.

정부는 퇴직연금사업자가 내년 초까지 최소 7개에서 최대 10개 상품을 승인받을 수 있도록 심의위원회를 상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적립 금액, 운용성과 등 상품에 대한 주요 정보는 내년 4월에 공시된다.

다자간매매체결회사(대체거래소·ATS) 설립 작업이 본격 추진됐다. ATS는 한국거래소의 매매체결 기능을 대체하는 다양한 형태의 증권거래 시스템이다

2013년 8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ATS 설립 근거가 마련된 이후 설립 인가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금융투자협회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대체거래소 설립을 위한 준비법인 ‘넥스트레이드(Nextrade)’도 설립됐다. 초대 대표이사로는 김학수 전 금융결제원장을 선임했다.

현재 넥스트레이드는 경력사원 채용에 나서며 인가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ATS와 한국거래소가 경쟁 구도를 이루게 될 경우 수수료 인하와 거래 속도 개선, 거래 시간 확대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증권사들이 당장에 사업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스템이 자리 잡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에 도입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였다. 삼성자산운용이 국내에 첫 ETF 브랜드인 KODEX를 선보인 것은 지난 2002년 10월 14일이었다. 

올해 ETF 순자산 총액은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어섰다. 올 한해에만 7조원이 넘는 자금이 ETF 시장으로 유입됐다.

올해 몸집을 가장 불린 건 채권형 ETF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올해에만 채권형 ETF에 9조4929억원이 유입됐다. 지난해 유입액(1조2929억원)과 비교하면 7배가 넘는다.

채권형 ETF 중 최근 가장 인기를 끄는 상품은 만기가 있는 존속기한형 ETF다. 상장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존속기한형 ETF 9종에는 1조2000억원 넘는 투자금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ETF 시장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상품이 등장하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