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건설사 채무보증 250조 상회…21개월만 159조 '급증'수주물량 확대 결과…부동산경기 침체로 부실전환 가능성도금융당국, 롯데건설-메리츠 사례 들며 금융권에 연착륙 유도
  • ▲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221024 ⓒ연합뉴스
    ▲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221024 ⓒ연합뉴스
    지난해 3분기기준 대형건설사 채무보증잔액이 25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사 채무보증은 공사시행을 위해 발주처나 입주예정자 등에 제공한 보증을 말한다. 채무보증이 많다는 것은 수주물량 확대와 신규사업 증가로 해석될 수 있지만 반대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심화하면 부실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부실사업장 확대에 대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채권단) 협의회 가동에 나설 전망이다. 

    19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대기업집단 건설계열사 112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이들 채무보증은 모두 250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말 90조원과 비교해 159조원(176%) 증가한 수치다.

    다만 2020년말 조사에는 신규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대방건설, 반도홀딩스, 일진 등 건설계열사 채무보증과 중흥건설 인수전 대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은 대우건설 채무보증이 포함되지 않았다. 2021년 매각으로 대기업집단 건설계열사에서 제외된 두산건설도 지난해 3분기 채무보증 집계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채무보증이 가장 많은 기업은 현대건설(26조원)이었다.

    대우건설(21조원)과 현대엔지니어링(19조원), 롯데건설(18조원), KCC건설(13조원), 태영건설(12조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호반건설(12조원)과 한화건설(11조원), DL이앤씨(10조원), SK에코플랜트(10조원) 등도 채무보증이 10조원을 넘었다.

    2020년말과 비교해 채무보증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 역시 현대건설로 2020년말 7조원에서 19조원(242%)이나 증가했다. 채무보증 건수도 2020년말 81건에서 지난해 3분기 191건으로 110건 늘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대우건설도 2020년말과 비교해 각각 17조원(837%), 15조원(268%) 늘었다. 지난해 3분기 양사 채무보증 건수도 2020년말 대비 각각 116건, 184건 증가했다.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건설사 채무보증 증가는 사업활성화에 따른 결과지만 요즘처럼 금리인상에 원자재가격 상승, 미분양 증가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부동산 PF에서부터 비롯된 주택시장 경착륙 우려가 여전히 크다고 판단, 대주단협의회를 가동할 계획이다. 지난해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우려가 커져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금융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여전히 위험요인이 있다고 본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5대 금융지주와 국책은행, 유관기관 등과 부동산 PF 점검회의를 열고 향후 부동산 PF 관련 위험요인 등을 점검했다.

    해당회의에서 금융당국은 롯데건설이 메리츠증권과 1조5000억원 규모 투자협약으로 PF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사례를 제시했다.

    협약을 통해 롯데건설은 넉넉한 자금을 확보하고 차환부담도 덜었다.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은 선순위대출을 통해 이자와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윈윈사례로 평가된다.

    그러면서 금융권에 부실 PF 발생위험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PF 대주단협의회 가동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단협의회는 채권금융기관간 공동관리를 통해 부실 PF사업의 구조개선과 사업정상화를 도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앞서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경기가 급하강하자 은행권을 중심으로 PF 대주단협의회를 가동해 건설사 및 사업장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한 바 있다.

    당시에는 혹독할 정도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참여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건설사 채권만기를 최대 3년까지 연장하고 필요할 경우 신규자금을 지원했다. 이후 2012년 기준 총 52개 건설사(정상화 9곳, 워크아웃 17곳, 기업회생 11곳 등)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구제됐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최근 부동산경기 둔화 흐름이 우발적 신용사건과 맞물리면서 PF유동화증권 신규발행 및 차환이 급격히 위축됐고 PF유동화증권에 대한 매입보증을 제공한 증권사와 건설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크게 높아졌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