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현장 조사 착수예대마진, 수수료 담합 여부 조사 "판결문 분석하듯 약관 하나하나 들여다 보고 있다"무혐의로 종결된 CD금리 담합 '기시감'
  • ▲ 서울시내 한 은행 외벽 금리 안내판ⓒ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은행 외벽 금리 안내판ⓒ연합뉴스
    은행을 향한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이 펼쳐지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가세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예대마진이나 수수료 산정시 담합 여부를 주로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내달 3일까지 현장 조사를 펼친 뒤 필요한 경우 추가 조사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과도한 부담을 유발하는 과점 체제의 지대추구 행위를 억제할 방안을 확실히 강구하라"고 공정위에 지시한 지 나흘만에 이뤄진 전격적인 조치다. 대통령 공개지시로 이뤄지는 만큼 은행업 전반에 고강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판결문 분석하듯 고객약관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고 있다"며 "담합 혐의를 입증하기는 어렵겠지만, 뭐라도 걸고 넘어질 수 있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최근 로톡(법률 서비스 플랫폼) 가입을 막은 변호사협회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배출가스 저감기술을 담합한 수입차 4개사에 철퇴를 내리는 등 광폭 행보 중인 부서다.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 오랫동안 결론 내리지 못했던 갈등을 하나하나 결론 지으며 힘이 실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세 부서가 나선 만큼 은행들이 느끼는 압박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컴퓨터 화면에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 생중계 화면을 시청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컴퓨터 화면에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 생중계 화면을 시청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은행들 표정은 떨떠름하다. 구체적인 증거나 정황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현장조사가 아니냐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 실시간으로 보고되는 내용까지 압수수색하듯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담합을 입증할 증거를 찾긴 쉽지 않겠지만, 어디로 튈지 몰라 초긴장 상태"라고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은행 영업관행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는 와중 벌어진 상황이라는 점도 반감이 크다. 당국은 지난 22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을 논의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해운업계 운임 담합 여부를 두고 해양수산부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해운법상 인정되는 공동행위를 담합으로 보고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했다. 해운업계는 반발했고, 해수부까지 나서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강압식 현장조사도 금융당국 제도개선 TF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은행 자정작용을 유도하는 개선안이 상반기 중 나오는데 강압식 조사를 병행할 필요가 있냐는 얘기다.

    공정위가 은행을 정조준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CD금리 담합 여부를 두고 은행권과 5년간 대립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담합 혐의가 있다는 보고서를 발송했지만, 은행들의 끈질긴 항변에 끝내 법위반 행위를 입증하지 못하고 심의를 종결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CD금리 사태처럼 오랫동안 지난한 싸움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