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5년 넘은 숙원사업…허용 시 증권사 IB 업무 확대 기대법인 데이터 확보 가능…자금 조달 등 여러 서비스 제공 전망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눈치…지급결제망 이용료 문제 해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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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은행뿐 아니라 카드·증권사 등 비은행권에도 법인 지급결제 서비스를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관련 사업을 통한 법인영업 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 지급결제가 허용될 경우 특히 기업금융(IB) 비즈니스의 다양성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급결제망 이용과 관련한 이해 상충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4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최한 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은행과의 경쟁 촉진 및 금융소비자의 선택권 제고를 위해 법인 지급결제 허용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법인 지급결제란 기업 자금이 지급결제망을 통해 지급되고 결제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증권사는 개인 고객들에 한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한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법인 지급결제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해당 사업은 증권업계의 15년 넘게 묵은 숙원사업이다. 지난 2007년 자본시장법 제정 당시 증권사는 법인 결제 시스템을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이후 업계는 지속해서 제한 없는 업무 허용을 주장해왔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은 법인 대상 지급결제 허용 방안에 크게 반색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가 실제로 허용되더라도 당장의 실적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하지만, 무엇보다 해당 사업을 통해 법인영업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법인은 증권사 계좌를 지금의 은행 계좌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자사 직원들의 증권사 계좌로 송금도 할 수 있어 해당 계좌를 월급통장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증권사로선 법인 고객군을 확대할 수 있고, 급여통장 확보 등을 통해 몸집을 늘릴 수도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라며 "IB 사업을 확장하는 데 있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증권사가 법인 고객의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은행이 아닌 증권사에서도 법인이 종합금융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사실상 은행과 비은행 간 경계 영역이 허물어지는 것"이라며 "증권사의 지위가 다소 올라가는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을 통하지 않고 증권사 계좌만으로도 대금 지급, 결제, 납부 등을 처리할 수 있다"라며 "증권사는 이를 통해 법인의 데이터를 쌓고, 해당 데이터를 이용해 자금 조달 등 또 다른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지주 증권사들은 해당 사업을 요구하는 데 있어 다소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전반의 관점에서 수익 모델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같은 계열사인 은행의 고유 업무·영역을 침범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은행 기반의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은행의 업무를 뺏어와야 한다는 점에서 쉽게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들을 제외한 증권사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반이 생긴다는 점에서 반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은행의 지급결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 금융결제원과 함께 출자한 망 이용료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에서 높은 망 이용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은행권에 지급결제가 허용될 경우 결제망 이용료를 산정하는 문제가 뒤따를 것"이라며 "특히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선 높은 망 이용료를 부담하는 데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상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보험·증권·카드·저축은행 등 기존 금융사에 일부 은행 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TF와 실무작업반을 운영해 검토 과제별 현황을 파악하고 해외 사례를 연구해 올해 6월 말까지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