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현장서 쓸 수 있지만 연간 6000만원대 약값 부담 여전작년 7월 국민동의청원… 8개월여 지나 식약처 승인 희귀암 치료 사각지대… 승인 이후 제도권 진입 속도 더뎌
  • ▲ 옵디보, 여보이 로고
    ▲ 옵디보, 여보이 로고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식도암 환자들의 숙원이었던 ‘옵디보+여보이’ 1차 병용요법이 승인됐지만 연간 6000만원대의 약값 부담으로 접근성 확보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몇 년이 걸릴지 예상도 어려운 급여화는 숙제로 남겨졌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오노약품의 ‘옵디보’와 한국BMS의 ‘여보이’ 병용요법을 식도암 1차 치료제 승인했다. PD-L1 발현 양성(≥1%) 절제 불가능한 진행성 또는 전이성 식도 편평세포암(ESCC)이 그 대상이다. 

    승인을 얻기까지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을 승인해달라는 환자들의 거센 요청이 있었다. 이미 미국 FDA와 유럽 EMA는 승인했는데, 국내에서는 치료받을 수 없는 상태여서 눈앞에 있는 약을 두고도 세상을 떠나야만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작년 7월 국민동의청원을 올렸던 식도암 환자의 보호자 A씨는 “식도암 환자에게는 치료제 하나, 하나가 간절한 상황인데 우리나라는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치료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환자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8개월여의 시간이 지난 후 식약처는 옵디보+여보이 병용을 승인했고 이제 임상현장에서 1차 치료제로 약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하지만 반쪽짜리 환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간 6000만원대 이상의 약값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옵디보와 여보이와 같은 면역항암제는 적응증이 계속 늘어가는데 그때마다 제약사들은 새로이 급여화 문턱을 두드려야만 한다. 희귀암에 속하는 식도암의 경우는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려 제도권 진입과정이 더딘 상황이다. 

    실제 급여화까지 몇 년이 걸릴지 예상도 어려운 시점이다. 제약사가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신청을 한 후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까지 걸리는 기간 동안 약값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적응증을 획득할 때 하나씩 급여화 진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진행하되 암종별로 약가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지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과 관련 신장암은 이미 급여화된 상태로 연간 300만원대의 본인부담으로 치료가 가능해진 상황인데, 식도암은 그렇지 못한 상태라는 점이 차별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암종별로 급여화 과정에서 순위가 설정되고 상대적 희귀암을 앓는 환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현실”이라며 “환자들의 울분과 하소연이 쌓인 후 승인을 얻었지만 갈 길이 너무 먼 상황으로 제도적 개선과 제약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