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국세수입, 전년比 15.8조↓… 野 정유사 증세 '만지작'용혜인 "EU 따라 4대 정유사 횡재세 부과시 2.8조 세수확보"정부·전문가 "시장원리 안 맞아… 일시적 이익에 그때그때 부과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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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여당과 업계, 전문가들의 반대로 횡재세 도입 주장이 시들해진 가운데 세수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다시 주장이 고개를 든다. 다만 현실적으로 도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세수입은 54조200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조7000억 원 감소했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침체로 양도소득세가 4조1000억 원, 증권거래세 수입이 8000억 원 각각 줄었다. 부가가치세는 5조9000억 원, 법인세는 7000억 원 덜 걷혔다. 국세를 비롯해 기금과 세외수입 등을 포함한 총수입은 전년보다 16조1000억 원 감소한 90조9000억 원이었다.

    총수입이 감소하며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24조6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30조9000억 원 적자로, 전년보다 적자 폭이 10조9000억 원 확대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경기침체와 수출부진 등으로 올해 세수전망이 밝지 않자 정부는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단계적으로 원상회복하고,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80%로 상향하는 등 '세수 정상화'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연합뉴스
    ▲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연합뉴스
    야당은 '횡재세' 도입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횡재세를 도입할 경우 3조5000억 원쯤의 세수 확보를 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했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법인이나 사람(자연인)에 대해 징수하는 소득세로, 우리나라에선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고금리로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 간 차익)을 누린 정유사와 은행권을 중심으로 도입이 거론된다.

    지난 12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유럽연합(EU)이 도입하는 '연대기여금'(횡재세의 다른 말)을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4대 국내 정유사의 연결재무제표 실적을 분석한 결과, 2조7400억 원쯤의 횡재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됐다고 주장했다. 같은 기준으로 분석한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횡재세액은 7930억 원쯤이다.

    EU는 기업이 지난해와 올해 벌어들이는 초과이윤에 대해 최소 33%의 세율을 적용하는 연대기여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초과이윤은 2018~2021년 4개년도 평균의 20% 넘는 이윤을 뜻한다. 연대기여금은 주로 에너지 취약계층과 중소기업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EU의 연대기여금과 같은 횡재세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된다면 세수 확보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검토 중인 유류세 인하 단계적 폐지와 관련한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지난해 감소분은 5조5000억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횡재세 도입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야당의 횡재세 요구에 일관되게 반대한다. 당장 세수 확보에는 도움 될지 모르나 기본적으로 형평성에 어긋난 '징벌적 과세'라는 것이 그 이유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7일 대정부질문을 통해 "은행이 돈을 번 만큼 누진적 법인세를 많이 내서 기여하면 되는 것"이라며 "기업이익을 쫓아가면서 그때그때 횡재세를 물리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발언한 바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도 "정유사 등이 이익을 낸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정유사는 수급안정을 위해 원유를 3~6개월 선도매입을 하는데, 이 때 원유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면서 수익이나 결손이 발생한다"며 "원유가 높은 가격일 때 계약하면 정유사는 손해를 보기 때문에 장기적인 측면을 봐야지, 일시적으로 이익이 많다고 해서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유국의 경우는 생산원가는 일정하지만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면 이익을 보기 때문에 횡재세 부과가 가능하다"며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원유를 사서 파는 것이기 때문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횡재세 부과와 관련해선 "은행은 일시적인 예대마진 차익 때문에 이익이 발생한 것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시기에 은행이 망하면 안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사례만 봐도 은행이 탄탄하게 경제를 받춰져야 한다"며 "은행은 전략적 측면에서 이자를 선제적으로 인상했다고 봐야 한다. 저금리가 다시 오게 되면 고금리 시기에 판매한 정기예금에 대해 은행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