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외직구 규제 발표했다가 사흘만에 철회"검토한 적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 뒤늦게 진화공정위 추진했던 플랫폼법 제정과 닮은꼴 행보전문가 "산업계 영향 등 고려 정교한 정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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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하려다 한 발 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과 정책 추진 과정이 닮아 있어 설익은 정책 추진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80개 품목의 해외 직구 사전 전면 차단은 사실이 아니며 물리적으로나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면서 "그런 안은 검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선 16일 KC 미인증 제품에 대해 해외 직구를 원천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어린이제품·전기용품·생활화학제품 등 80개 품목의 해외직구를 원천 금지하는 조치를 다음 달부터 시행하겠다는 내용이다. 개인 해외 직구 상품에 KC 인증을 의무화해 사실상 직구를 차단한다는 것으로 소비자들의 반발을 일으켰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두고 과도한 규제, 졸속 시행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이번 해외 직구 규제 발표 사례와 같이 주요 정책은 그 취지도 중요하지만, 정책 발표 내용이 치밀하게 성안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과 여론 반향 등을 사전에 세심하게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할 경우 혼란과 정책 불신을 가중시킨다"고 언급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전날 "설익은 정책을 마구잡이로 던지는 정책 돌직구는 국민 불편과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면서 "무턱대고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올해 정책 대상의 반발로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이 재검토에 들어간 경우는 또 있다. 공정위가 야심차게 추진 중이던 플랫폼법이 있다. 이 법은 소수 독과점 플랫폼의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 반칙행위를 규율하고 자유로운 시장 진입이 가능한 경쟁적 환경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미국 상공회의소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미 간 마찰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 국회에서도 플랫폼법을 두고 산업 성장 가능성을 저해한다며 기존의 규제 방식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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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법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 간 이견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플랫폼법을 콕 찝어 "주요 (통상) 파트너들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이에 공정위는 당초 계획한 정부안 발표를 미루고 추가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이후 총선 국면이 시작되면서 플랫폼법은 지금까지 잠정 보류 상태다. 다만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현재 이해관계자 및 학계 의견을 듣고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하며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정부가 야심차게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 물러서는 행보가 되풀이되자 전문가들은 정책 수립의 치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직구 관련해 분명히 필요한 제도지만, KC 인증만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우리나라보다 제도가 강화된 곳은 그 나라의 직구 인증을 허용하고, 대신에 인증이 미흡한 곳은 우리 KC 인증을 받도록 하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직구로 들어오는 것들 중에 유해한 제품이 꽤 있다고 하는 것이 많이 밝혀졌고 기준을 세워서 다시 새롭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평가했다.그러면서 "정책이 무리하게 진행됐다"면서 "유해한 정도라든가 국내 산업계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해서 정교한 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