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고용·수출 회복세 … 소비·투자 지표도 개선KDI "성장률 2.2→2.6%" 상향 … 정부는 내수회복 첫 언급고물가·부동산PF·미중 갈등 관건 … "경기 계속 나아질 것"
  • ▲ 제조업 AI융합 이미지. ⓒ뉴시스
    ▲ 제조업 AI융합 이미지. ⓒ뉴시스
    한국 경제의 턴어라운드(상황 호전) 신호가 수출을 비롯한 여러 지표에서 감지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불확실성도 상존하는 가운데 여전히 높은 물가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중국의 저성장이 관건으로 꼽힌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69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만1000명 증가했다. 3월(17만3000명) 10만명대로 주저앉았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이 한 달만에 20만명대로 반등했다.

    수출 지표도 긍정적이다. 최근 관세청이 내놓은 5월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68만11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간보다 16.5% 늘었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단일품목으로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52.0%나 급증하면서 증가 폭을 끌어 올렸다.

    월간 수출액은 2023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해 경기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는 각각 전 분기보다 0.8%, 2.7% 올랐다. 3월 산업활동 동향에선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1.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에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6%로 0.4%포인트(p), 고용 전망치를 22만명 증가에서 24만명 증가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KDI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한국 경제가 점차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경기 전망에 보수적인 KDI가 내수 회복을 언급하며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면서 경기 회복이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부터 (한국 경기에) 좋은 시그널들이 나왔다. 코로나와 같은 불확실성을 빼놓은 상황에서 경기는 큰 흐름을 통한 지속성이 있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다만 확실한 턴어라운드 기조가 굳어지려면 아직 불확실한 고물가와 부동산PF 부실, 중국의 저성장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물가 상황에선 소비 진작이 힘들고, 부동산PF 부실과 중국의 저성장은 국내 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3.1%)과 3월(3.1%) 3%대를 유지하다가 4월(2.9%) 들어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과일을 비롯한 농축수산물은 10.6%나 뛰면서 연말까지도 2%대 안착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를 중심으로 둔화하겠지만, 국제유가 추이나 농산물 가격 강세 기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태영건설 사태 등 부동산PF 부실 문제도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부터 전국 5000여곳 PF 사업장에 새 사업성 평가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평가기준을 세분화한다. 기존 악화우려 사업장은 금융사가 대출액의 3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했는데 앞으로 부실우려 사업장은 75%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금융당국이 최초 평가 대상으로 '연체' 혹은 '3회 이상 만기를 연장한 사업장'을 지목한 만큼 금융권에서는 다수 사업장이 구조조정 대상인 '유의'나 '부실우려' 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제2금융권은 당장 2분기부터 추가 충당금 적립 등 손실 인식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리스크도 우리 경제의 하방 요인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각)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올렸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도 중국산 제품에 붙는 관세를 7.5%에서 25%로 올릴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은 지난 3월 미국의 IRA에 대해 차별적인 보조금 정책으로 공정경쟁을 왜곡한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상태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보복 관세나 희토류 통제 같은 보복성 정책을 펼칠 가능성도 없잖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G2(미·중) 간 무역 전쟁이 국가부채가 치솟고 있는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의 부채는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아울러 지난 16일(현지시간) 유엔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4.8%로 넉달 전(4.7%)보다 0.1%p 높게 책정했다. 중국 경제 전망이 부정적 시나리오로 들어선 모습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은 우리에게 분명히 도움이 된다"며 "여러 통계를 보면 글로벌 경제는 상당히 턴어라운드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수출 부분에서의 호기가 생기고 일부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으로 반사이익도 기대하는 상황"이라며 "부동산이 회복되는 조짐도 보여서 조심스럽지만 경기가 계속해서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