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올해 3~5% 인상"...2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률서 반토막삼성도 4%대 인상안에 노조 거센 반발…2Q 적자폭 확대 예고 '발등의 불'연간 성과급도 '제로' 가능성 커져…업계 보릿고개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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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업계가 깊어진 다운턴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기업 직원들도 올해는 예년 대비 대폭 낮아진 연봉인상률에 울상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는 4%대 인상안을 두고 노조 반대에 부딪혔고 매년 두자릿수 연봉 상승을 자랑하던 TSMC도 올해는 3~5% 수준 인상에 그칠 것으로 알려져 반도체 혹한기를 실감케 했다.

    26일 관련업계와 대만 언론에 따르면 최근 TSMC는 올해 연봉인상률을 3~5%로 확정해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이는 지난 2020년 이전까지 통상적으로 적용되던 연봉 인상률 수준인데, 최근 몇 년 간 최소 10% 이상의 인상률을 적용받던 TSMC 직원들의 실망감이 클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TSMC는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간은 기존 인상률을 훨씬 뛰어넘어 두자릿수 인상을 이어왔다. 최근 들어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패권주의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쟁탈전에 가까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틀을 깨고 두자릿수 연봉 인상률을 제시하는 파격 정책으로 TSMC는 세계 파운드리 1위 지위를 지키려 노력했다.

    그 결과 TSMC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크게 상승했다. 지난 2020년까지만해도 180만 대만달러(약 7800만 원) 수준이었던 TSMC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 317만5000 대만달러(약 1억 3800만 원)까지 치솟았다.

    동종업계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에 비하면 한참 뒤쳐졌던 TSMC 직원들의 처우가 지난 2년 간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을 정도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1억 3500만 원이고 SK하이닉스도 1억 3385만 원 수준이었는데 여기에 비로소 TSMC가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됐다.

    올해는 업황 악화가 본격화되면서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들이 사실상 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연봉 인상률을 확정하는 분위기가 굳어지고 있다. TSMC에 앞서 삼성전자가 올해 연봉인상률을 1%대 수준으로 제시했다가 협의회와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4%대 기본급 인상을 확정했다. 지난 1분기 반도체(DS) 사업이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로 실적이 악화된 것과 맞물려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업황이 되살아나기 힘들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노조의 반대로 아직 최종적으로 올해 인상률이 결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21일 사측과의 임금 교섭 결렬 사실을 알리며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 측은 경쟁사보다 높은 임금인상률인 최소 6% 이상을 제시했는데 앞으로 진행될 중노의의 중재에도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할 수도 있다.

    앞서 몇 년간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며 때마다 받았던 성과급도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목표달성장려금(TAI)을, 연초에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연 1회 지급하는데, 올해는 실적 악화로 이 같은 성과급이 아예 '제로' 수준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월급의 몇 배 이상의 성과급은 커녕 연봉인상률까지 기대치를 밑돌면서 반도체업계 종사자들도 예상보다 깊고 매서운 반도체 시장 한파를 온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