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정 본격화, 신사업 기반 구축…주택 부진 만회삼성물산 영업이익 2920억, 현대건설 매출 6조 '최고'"안정적 이익 위해 비주택부문 강화…포트폴리오 개선"
  • ▲ 서울 성북구 한 재건축 현장. ⓒ성재용 기자
    ▲ 서울 성북구 한 재건축 현장. ⓒ성재용 기자
    금리 인상과 원자재 쇼크,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대형 상장건설사들이 기대 이상으로 선방한 성적표를 받았다. 해외수주에서 돌파구를 찾고, 그간 공들인 신사업을 통해 주택사업 부진을 만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분간은 비주택부문이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일 잠정실적 보고서 분석 결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6개사의 매출은 모두 18조원으로 전년동기 13조원에 비해 39.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267억원에서 8912억원으로 7.7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사업 공정이 본격화되고 신사업으로 성장 기반을 구축한 것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최근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4조6000억원(+88.3%)의 매출을 냈으며 전년동기 1550억원보다 88.3% 급증한 29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증가율은 6개사 중 최고치다. 대만과 방글라데시 국제공항 공사의 매출이 반영됐으며 UAE에서 수주한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등도 실적에 보탬이 됐다.

    현대건설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네옴 러닝터널,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공사,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등 해외 대형현장 공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매출(6조310억원, +45.4%), 영업이익(1734억원, +1.17%) 모두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매출은 6개사 중 최대치를 달성했다.

    DL이앤씨의 경우 높은 원가율 영향으로 영업이익(901억원)은 전년동기1257억원에 비해 28.3% 줄었지만, 매출(1조8500억원)은 22.1% 늘었다. 특히 1분기 신규수주가 3조2762억원으로 전년동기의 3배를 웃돌았다. 지난달 울산 샤힌 프로젝트에서 1조4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하는 등 플랜트부문에서 호실적을 거뒀다는 설명이다.

    GS건설은 신사업부문이 주택부문 원가율 상승에 따른 매출 감소를 상쇄했다. 매출 3조5126억원(+47.8%), 영업이익 1588억원(+3.66%)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GS이니마 수처리 관련 플랜트 건설사업과 베트남 나베신도시 건설사업이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건설은 이라크 알 포 프로젝트 등 해외 대형현장 공정 가속화에 따라 전년동기 2조2494억원 대비 15.9% 증가한 2조6081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2212억원에서 1767억원으로 20.1% 줄어들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분기 영업이익이 500억원으로, 전년동기 -941억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주요 도시정비와 민간수주 사업지에서 공정을 진행한 데다 자체사업지 '청주가경 아이파크 5단지' 준공 등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매출은 6856억원에서 1조749억원으로 56.7% 늘어났다. 이는 6개사 최대 증가율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물가 상승 등 원가율 급증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시장 우려보다는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앞으로의 실적이다. 치솟는 원자재가격과 지속하는 주택경기 불황 속에서 건설사들은 주택사업 신규수주보다는 신사업, 해외사업을 강화해 포트폴리오 개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주택사업의 경우 철근값, 인건비, 레미콘 등 공사비가 1년새 30%가량 증가해 매출이 늘더라도 수익성이 악화하는 구조"라며 "안정적인 이익 확보를 위해 주택 이외 분야에서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앞으로는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주택사업보다 원전, 재생에너지 등 신사업과 해외 플랜트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대부분 건설사가 주택 비중을 줄이고 비주택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건설사들은 주택사업 수주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현재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 가운데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은 올해 1분기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서 '마수걸이'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분기 기준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신규 수주액은 모두 4조5242억원으로, 전년동기 6조7786억원에 비해 33.3% 감소했다.

    반면 친환경 신사업 개발과 해외건설사업은 강화하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은 2분기부터 중동 신재생에너지사업, 동남아시아 빌딩사업 등 추가수주를 진행해 국내외 수주 호조세를 이어간다. 현대건설은 차세대 원전, 수소 플랜트, 전력중개거래사업 등 에너지전환 신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스마트 건설기술을 활용해 현장의 안전과 생산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수익성이 급감한 DL이앤씨는 지난해 설립한 자회사 카본코(CARBONCO)를 통해 친환경 사업인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및 수소에너지 분야 사업개발과 신규수주를 추진하는 한편, 최근 2000만달러를 투자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사 미국 엑스에너지(X-Energy)와 소형원전사업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대우건설 역시 나이지리아 카두나 정유시설 긴급보수공사와 리비아 패스트트랙 발전공사 등 대규모 수주를 시작으로 이라크 알 포 추가공사, 나이지리아 인도라마 비료공장 3차, 리비아 발전 및 SOC 인프라 복구사업 등 후속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건설업계가 2분기부터 소폭 회복세를 기록한 뒤 2024년부터 본격적인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는 1분기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좋은 상황으로 보인다"며 "1분기는 계절적인 비수기지만 2분기는 매출액이 상승하는 시기로, 주택원가율도 느리지만 조금씩 개선되면서 국내 주택실적이 지난해 하반기, 올해 1분기보다는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