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조작 사실 알았으면서도 그대로 승인"
  •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연합뉴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이 2020년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당시 TV조선이 기준점수를 넘자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한 위원장의 이런 태도가 '점수 조작'으로 이어진 발단이라고 파악했다.

    15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이 서울북부지검에서 제출받은 한 위원장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0년 3월 전화로 TV조선이 재승인 기준점수를 넘었다는 보고를 받고 "미치겠네. 그래서요?"라고 반문하는 등 곤혹스러워했다.

    한 위원장의 말에 방통위 소속 양모(59·구속기소) 전 방송정책국장, 차모(53·구속기소) 전 운영지원과장은 당시 심사위원장 윤모(63·구속기소)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불러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상의했다.

    자고 있던 심사위원을 깨워 점수를 고치자는 방안도 나왔지만 차 과장이 "그럼 큰일 난다. 나중에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일"이라며 만류한 정황도 공소장에 담겼다.

    윤 교수는 이후 심사위원 정모(불구속기소), 윤모(불구속기소) 씨를 각각 만나 TV조선이 1점 차이로 과락을 면했던 평가항목의 점수를 낮게 고치도록 했다.

    이에 두 심사위원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과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항목 점수를 수정해 총점을 105.95점에서 104.15점으로 낮췄고 TV조선은 만점의 절반(105점)에 미치지 못해 과락을 받았다.

    한 위원장이 윤 교수에게 점수를 수정하라고 직접적으로 지시한 경위나 정황, 진술은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그러나 '윤 교수에게 평가점수 집계결과를 알려줬는데 그 이후 점수가 수정돼 TV조선이 과락이 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자 "심사위원장이 점수를 주는 건 아니잖아"라며 '점수 조작'을 알면서도 그대로 승인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그는 또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 추천 단체에 이전까지 편향성을 이유로 제외됐던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을 최초로 포함하고 평소 종편에 비판적 입장이던 윤 교수를 심사위원장으로 선임하기 위해 심사위원들을 설득했다.

    검찰은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한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에 총책임이 있다고 지난 2일 한 위원장을 위계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