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마일리지' 시범 운행… 연간 300만원 이상 연봉인상 효과주요 사업장 주차공간 부족 문제 해결 넘어 ESG경영까지 '1석3조'반도체업황 악화 속 굳건한 실적 눈길… '임금인상-복지확대' 인재확보 '잰걸음'
  • ▲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모습 ⓒ삼성전자
    ▲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모습 ⓒ삼성전자
    반도체업황 악화에도 두 자릿수 임금 인상을 단행해 주목받았던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한국지사인 ASML코리아가 이번엔 '그린 마일리지'라는 제도를 도입해 임직원 복지 확대에 나섰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사실상 연봉이 인상되는 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반도체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ASML코리아는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그린 마일리지'제도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임직원들이 출퇴근 시 자차 이외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경우 하루 최대 2만 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월별로 이용일수에 따라 비용을 정산받을 수 있다.

    ASML은 일단 경기도 화성 사업장을 중심으로 이 제도를 시행한다.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근인 경기도 화성과 평택, 이천, 청주 등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ASML코리아에는 현재 20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오피스 출근이 잦은 직군을 중심으로 그린 마일리지 제도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SML 직원들은 이번 제도 도입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사실상 연간 300만~400만 원 수준의 연봉 인상 효과가 생긴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제도 외에도 ASML코리아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 혜택은 다수 있지만 월급 개념으로 매달 현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이 환영 받는 포인트로 꼽힌다.

    이번 그린 마일리지 제도 시행으로 ASML도 그동안 골머리를 앓았던 사내 주차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가장 많은 인원이 근무하고 있는 화성 오피스의 경우 주차공간 부족 문제와 더불어 임직원들의 자차 이용으로 출퇴근 시 혼잡도가 높아져 고민이었다. 주차공간을 늘리는 대신 직원들의 자차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차원으로도 그린 마일리지 제도가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들이 통근버스를 운행하며 자차 출퇴근 인력을 상당수 줄인 것과 달리 ASML과 같은 외국계 장비기업들은 다소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치에 오피스를 두고 있으면서도 직원들의 교통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었다. 자차 대신 대중교통 출퇴근을 권장하게 되면서 환경문제나 인근 지역 교통체증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ASML코리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도체업계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도 든든한 실적을 바탕으로 2년 연속으로 임직원 임금 인상률을 두 자릿수로 유지하며 인재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는 평균 11.8% 인상이 확정됐고 지난해엔 18.3% 인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임금 상승률에 맞춰 신입사원 초임도 인상됐다. 대졸 엔지니어 초임 연봉은 기본급 기준 학사 졸업자는 4800만 원, 석사 졸업자는 5100만 원 수준인데 성과급이나 수당 등을 포함하면 신입 엔지니어의 초봉이 65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으며 실적이 곤두박질 친 지난 1분기에도 ASML은 굳건한 실적을 나타내 주목받았다. 순매출은 67억 유로(약 9조 7600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고 총매출이익률도 50.6%로 기대 이상이었다. ASML의 독보적인 기술인 EUV와 DUV 장비 매출이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올 2분기에도 전망은 밝다. 순매출이 지난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이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 될 것으로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 이익률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장비 기준으로는 2분기에만 약 60대의 EUV 시스템이 납품될 예정이고 DUV는 375대 공급이 예정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