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서 15년간 기업 대표 등 초고액자산가 전담디지털환경 변화에 엄지리치족 급부상…디지털PB 관리자 '도전'무한 잠재력 디지털 자산관리…"고객 중심에 디지털PB가 있다"
  • ▲ 이준녕 삼성증권 FM3팀장 ⓒ서성진 기자
    ▲ 이준녕 삼성증권 FM3팀장 ⓒ서성진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투자자 저변이 넓어지면서 디지털 부유층, 이른바 엄지리치족이 증권업계 새로운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똑똑하고 주도적인 투자층으로 형용되는 그들을 위한 디지털 프리미엄 자산관리는 증권사의 새로운 비지니스모델이다. 

    '디지털PB'는 시대적 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PB다. 15년간 대한민국 초부유층을 전담하던 이준녕 삼성증권 FM(Financial Manager)3팀장은 그간의 고액자산가 관리 노하우를 담아 디지털 부유층들의 자산관리를 이끌고 있다.

    지난 2008년 '종합자산관리' 철학에 이끌려 삼성증권에 입사했다. 신입 PB인 그의 첫 둥지는 PB만 50명 넘게 근무하는 초대형점포 삼성타운PB센터였다. 초년병이던 그는 그곳에서 15년차 PB로 성장을 이어왔다. 

    초대형 점포 특성상 사실상 모두가 주전 투수, 영업 잘하는 동료들의 노하우를 어깨너머로 바라보며 기존 틀에 박힌 PB가 아닌 고객을 위해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태도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2020년부터는 예탁자산 3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를 전담하는 SNI PB로 근무하며 주식·채권은 물론 인수금융상품,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군 등 차별화된 대안 상품 등을 활용한 자산관리 노하우를 쌓았다.

    기존 고객이 아닌 새로운 초부유층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신흥 부자가 될 잠재고객들을 무작정 찾았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신문에 유망한 스타트업 기사가 실리면 리스트를 정리해 각사 대표들을 찾았다. 

    연관된 지인을 찾아 접점을 마련해보기도 하고 여의치 않으면 가림 없이 회사로 곧장 발걸음을 향했다. 보안문이 열린 틈을 타 운 좋게 사무실까지 들어가 대표와 자금담당자를 만나기도 하고, 불쑥 찾아온 불청객이 돼 문전박대 당한 날도 적지 않았다. 쑥스러움 많은 성격이 고객 앞에만 서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이 팀장은 "사실 무례할 수 있는 시도인데도 간절함이 계기가 돼 유망 스타트업 오너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 "삼성증권 브랜드와 PB로서의 제 노력과 열정을 믿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대표들을 찾은 건 그들이야말로 함께 장기 성장할 수 있는 고객군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 거액자산가들은 그들을 전담 관리하는 PB가 이미 연결돼  있기에 미래 부유층이 될 이들을 새로운 시장으로서 공략했다. 

    PB로서의 자산관리 능력은 물론 삼성증권이 제공할 수 있는 회계법인 컨설팅, 딜 중개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하며 함께 윈-윈할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이 팀장은 "아무래도 기업 대표 또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자금 담당자들과 관계를 형성하다보면 나 역시 기업들이 각각의 상황마다 필요할 수 있는 부분에 관심이 생긴다"면서 "이런 부분은 내가 직접 해법을 찾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기 때문에 전사적 측면으로 접근해 담당부서 전문가를 연계하려는 노력을 함께했다. 내부 승인하에 법인 고객들과는 자금운용은 물론 기업금융전담역(RM)의 역할도 하면서 지속적으로 좋은 파트너십을 가져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 ▲ ⓒ서성진 기자
    ▲ ⓒ서성진 기자
    ◆디지털 금융 환경 급변…초고액자산가에서 엄지리치족 전담으로

    신흥 부유층 고객을 확보해가던 그에게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급속도로 늘어난 디지털 부유층, 엄지리치족들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부터 S라운지를 통해 엄지리치족 니즈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디지털PB의 비대면 컨설팅도 그중 하나다.

    이 팀장은 지난해 말 부서장 승진과 동시에 디지털자산관리본부 소속 디지털PB업무팀인 FM3팀장에 발탁됐다. FM3팀에서 관리하는 자산 1억원 이상 고객은 22만명에 달한다. FM3팀에선 17명의 디지털PB가 자산 규모가 기준에 근접한 우수가망고객 13만명을 포함한 총 35만명의 엄지리치족을 대상으로 비대면 자산관리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그가 지점에서 그동안 대면 관리해왔던 고객 관리와는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대부분 자기주도형 투자를 선호하며, 투자 과정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필요로 할 때 비대면 채널 문을 두드린다. 인바운드콜 중심 상담인 만큼 고객이 원할 때 응대하는 게 기본 원칙이지만 세무 이슈, 주요 특정 이벤트에 대해선 직접 아웃바운드콜 대응하고 있다. 심도 있는 투자 상담을 위해 각 분야별 전문 디지털PB가 추가적인 상담을 제공한다.

    그가 관리하는 엄지리치족들이 대체로 MZ세대 젊은 층이라고 생각하는 건 편견이다. 과거엔 연령대가 높거나 거액 자산가일 경우 오프라인 상담을 통한 PB의 자산관리를 선호한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실제론 특정 연령대에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포진돼 있다. 이들은 스스로 투자처를 공부하고 투자 정보에 대한 니즈가 큰 만큼 주제별로 관심 높은 분야에 대한 웹세미나가 정기적으로 제공된다.

    이 팀장은 "지점 고객들은 A부터 Z까지 제안하고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지만 디지털 자산가 고객들은 대체로 자기주도형 고객"이라면서 "이들이 예컨대 특정 섹터에 대한 질문을 할 땐 이 분야에 대한 도움이 필요해서다. 다만 선별적 접근보다 금융시장의 큰 트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좋은 방향으로 안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인 간 상호작용에서 비언어적 메시지가 함께 전달되는 대면 상담이 아닌 만큼 디지털PB로서 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친화력 있는 화법 연마가 필수다. 본부 차원에서도 디지털PB들에 대한 상담화법 등 외부 전문가 교육을 특히 강조한다.

    이 팀장은 디지털 자산가 고객들을 위한 자산관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보고 있다. 기존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던 신규 디지털 우수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한 수많은 투자 상품으로 엄지족들의 투자 저변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이 채권 투자 대중화를 위해 온라인 채권 매매시스템을 갖춘 게 대표적 예다.

    그는 "앞으로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시장이 발전하고 새로운 투자 방식이 끊임 없이 출현할 것인데 그 접점에는 항상 디지털PB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지점 PB로서 15년간 얻은 경험이 디지털PB 영역에서도 좋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변화에 대응하면서 기본을 지키고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디지털PB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