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디폴트옵션 본격 시행…운용사 TDF 마케팅 적극TDF 시장 10조원 돌파…제도 도입 따른 수혜 예상점유율 확대 경쟁 치열…"단기 수익률 경쟁 매몰" 우려도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월 28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 본사에서 열린 퇴직연금사업자 간담회에 참석해 비대면 자산관리서비스와 연금 설계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월 28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 본사에서 열린 퇴직연금사업자 간담회에 참석해 비대면 자산관리서비스와 연금 설계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연합뉴스
    오는 7월부터 퇴직연금 시장 활성화를 위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되는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저마다 해당 제도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디폴트옵션 지정 의무화 제도를 오는 7월 12일부터 정식으로 시행한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을 미리 정해둔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확정기여(DC)형 혹은 개인형 퇴직연금(IRP) 근로자가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영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금융사가 사전에 정한 방법으로 자동 운용한다.

    앞서 지난 2021년 12월 국회에서 해당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통과돼 지난해 7월부터 제도가 도입됐지만, 규약 변경과 전산망 구축 등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해 1년간 시행이 유예된 바 있다.

    운용업계에서는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 TDF 시장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하며 운용되는 펀드 상품이다.

    실제 선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지난 2006년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 이후 TDF 시장은 700% 이상 성장했다. 호주 또한 디폴트옵션 도입 후 TDF 시장이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TDF 시장의 경우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운용 규모가 1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16년 TDF가 국내에 처음 출시된 이후 7년 만의 성과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TDF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이에 운용사들은 자사 TDF 상품이 디폴트옵션 금융상품에 선정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디폴트옵션 적격 상품을 승인한 바 있다. 심사는 퇴직연금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1단계 심사를 거친 후, 2단계로 정부 및 금융당국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 심사까지 진행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액티브 펀드에 투자하는 '한국투자TDF알아서펀드'와 패시브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새로운 라인업인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 등 2가지 TDF 라인업을 갖고 있다.

    그러나 ETF포커스펀드의 경우 지난 결정 당시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까닭에 디폴트옵션 금융상품에 들어가지 못한 바 있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다음 디폴트옵션 금융상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를 위해 트랙레코드를 쌓고 있다"라며 "최근 연초 이후 수익률이 전 빈티지에서 최상위 성과를 보여주는 등 설정 이후 운용 실적은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판매사를 상대로 한 영업도 활발하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금융상품에 선정돼도 실제 판매사들이 운용사들의 TDF를 자사 포트폴리오에 넣어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판매사의 라인업에 올라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영업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디폴트옵션 제도 관련 투자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에도 한창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연금 관련 전문 조직인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사전지정운용제도 관련 콘텐츠를 책자‧동영상 등으로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TDF 관련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사업자 및 고용노동부와 공동으로 사전지정운용제도 관련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업자별로 진행하는 디폴트옵션 대고객 설명자료 제작에도 참여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TDF 상품의 경우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장기수익률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신규 빈티지 출시를 통해 니즈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분기별 포트폴리오 편입 상품의 수익률이 공시되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TDF 상품의 경우 장기 및 초장기 투자를 가정한 상품인데, 분기별로 수익률을 밝히는 것은 당초 상품 취지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TDF는 기본적으로 10년, 많게는 30년 이상의 초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상품"이라며 "분기별로 수익률을 공시한다면 운용사별로 단기 수익률 경쟁에 빠져 제도 취지가 흐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률 제고라는 취지 자체에 공감하지만, 포트폴리오 내 상품 편출입이 잦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라며 "중장기 성과가 부각될 수 있는 공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