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법에도 규제 빠져 500억 투자자들 원금 손실 우려
  • 최근 가상자산 운용사들의 잇따른 입출금 중단에 따라 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으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전에 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됐더라도 이번 사태는 피하지 못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당 법안이 투자자보호에 초점이 맞춰져있으나 그 범주에 '가상자산 운용사'는 빠져있기 때문이다. 

    19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루인베스트가 입출금을 중단한데 이어 델리오까지 잇따라 입출금을 멈췄다. 이들은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최대 연 12%의 금리를 부여한다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고객 자산을 예치받아 이를 펀드로 만들어 외부에 위탁, 운용하는 방식이 수익 모델이다. 

    하루인베스트 측은 "외부 위탁 운용사중 하나인 B&S홀딩스가 운용보고서를 허위로 제공한 사실을 파악해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업계서는 B&S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로 하루인베스트가 지급불능 사태를 맞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루인베스트는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해 왔다.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하지 않아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는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달리, 가상자산 운용사는 당국의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다만 델리오는 가상자산 사업자로 등록돼 있는데 가상자산 지갑 사업자로 인가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델리오가 하루인베스트에 고객 자금을 예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내 가상자산 운용시장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뒤따른다. 

    전날 델리오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으나 하루인베스트에 맡긴 자금 규모, 손실 수준, 상환 일정 등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당장 투자자들은 원금 회수를 위한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는 투자자 100여명의 대리해 이들 경영진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냈다. 

    이들 투자자들이 예치한 자금은 500억원 규모로 전해졌다. LKB앤파트너스는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가 터졌을 당시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문제는 현재 국회 정무위 문턱을 넘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되더라도 이러한 운용사들의 행위를 법으로 처벌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가상자산 업권법의 1단계로 꼽히는 해당법안에는 기존 원화/코인 마켓 거래소의 책임 강화에 내용이 집중돼 있어 운용사에 관한 규제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또 가상자산 발행, 유통 등 시장의 공정성을 반영할 기본법은 국회 정무위에서 논의 첫 발도 떼지 못한 상태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기 논란' 속 입법 열기가 뜨거웠으나 국회의원 등 공직자의 재산공개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수순에 머물렀을 뿐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법안논의로 확대되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에서는 가상자산 육성과 규제를 위한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는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입법 공백이 길어지는 동안 투자자들의 피해는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