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승강기 수주, 계약 규모 434억으로 ‘역대 최대’조 대표 임기 내년 3월로 연장…수익성 극대화 중책 맡아해외 매출 비중 17%대 불과, 공격적 해외사업전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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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엘리베이터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가 공격적인 사업확장 전략으로 현대그룹 재건에 앞장서고 있다. 쉰들러와의 소송 이슈가 일단락된 만큼, 그룹 지주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를 이끌며 새 출발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1~3단지의 엘리베이터 256대와 에스컬레이터 58대 등 승강기 전량 314대 수주에 성공했다. 계약금액은 434억원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수주 기록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7년 송파구 헬리오시티 209대·총 156억원, 2021년 강남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249대·총 305억원 등을 수주한 바 있다. 이번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는 5930가구를 철거하고 85개동, 1만2032가구를 짓는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진행돼 승강기도 역대 최대치로 탑재된다.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는 “회사 전 임직원들이 39년간 노력의 결실로 최고의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안전과 편의성을 높인 최상의 제품으로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주성과로 조 대표의 경영능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1964년생인 조 대표는 연세대 졸업 뒤 현대엘리베이터에 입사해 승강기 영업부문에서 활약해온 ‘영업통’이다. 엘리베이터 신규 수주 시장이 둔화하며 어려운 영업환경이 조성된 가운데서도 회사 성장을 이끌 적임자로 꼽히며 2022년 3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조 대표는 올 3월 한차례 연임에 성공해 내년 3월까지 현대엘리베이터를 이끌게 됐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도와 그룹을 재건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2016년 주력 계열사이던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을 떠나보내며 자산 규모가 12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축소됐다. 1987년 대기업집단 지정제도가 도입될 당시만 해도 재계 1위던 현대그룹은 2016년 29년 만에 대기업 집단에서도 빠지며 중견기업이 됐다. 남아있는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제2의 도약을 해내야 하는 셈이다.

    현대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현대엘리베이터의 그룹 내 위상은 최근 더욱 높아진 상태다. 올 3월 말 대법원은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쉰들러가 현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현 회장 등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손실을 끼친 점이 인정된다며 1700억원과 지연이자를 현대엘리베이터에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현 회장은 지난 4월 배상금 1700억원과 지연이자를 포함한 채권 전액을 현대엘리베이터에 지급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이 현대무벡스 보유주식 2475만주(약 863억원)를 현대엘리베이터에 대물 변제하면서 현대무벡스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편입됐다.

    조 대표는 지난해 2월 경기도 이천에서 충주로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이전을 완료하고 7월 ‘2022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 이전기념 미래비전 선포식’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본사 및 공장 이전은 1984년 설립 이후 40여년 만에 처음이다.

    조 대표는 이때 승강기에 인공지능(AI), 오픈 AP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겠다는 의지를 담은 ‘2030 미래비전’을 선포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매출 5조원 ▲해외사업 비중 50% ▲글로벌 ‘톱5’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매출은 2020년 1조6050억원, 2021년 1조8259억원, 2022년 2조1293억원 등으로 늘며 지난해 2조원 돌파를 이뤘다. 올 1분기에도 매출이 5513억원, 영업이익이 20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5.7%, 217.9% 성장했다.

    다만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8.8%, 2021년 17.2%, 2022년 16.1% 등 줄었다. 올 1분기 해외매출 비중도 17.2%를 기록해 20% 벽을 뚫지 못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은 오티스, 쉰들러, 티센크루프, 미쓰비시 등에 이어 7~8위를 차지해 해외시장에서의 공격적인 사업확장이 요구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고급화, 첨단화하는 주거 트렌드에 맞춘 서비스 강화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춰 이달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로봇 기술을 연동한 혁신적인 승강기 첨단 유지관리 서비스 ‘미리(MIRI)’를 선보였다.

    조재천 대표는 “‘미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소통과 연결로, 투명한 승강기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엘리베이터와 스마트폰, AI, 로봇 등 다양한 기기와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선사하고자 한다”며 “‘미리’는 엘리베이터가 이동수단을 넘어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